[이제는 지방시대] 교통 오지 30개 마을 주민의 ‘발’… 이용객 95% “만족”

입력 2020-04-27 19:30
최종한 파주시장(왼쪽)이 지난해 파주시내에서 처음 운행하는 ‘천원 택시’의 출발을 축하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파주시 제공

읍과 면에 사는 경기도 파주시민은 병원에 가거나 장을 보러 나갈 때 마을버스 대신 콜택시를 탄다. 단돈 1000원으로 집 앞에서 바로 택시를 불러 볼일을 보고 다시 택시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가 지난해 4월부터 운영 중인 ‘파주시 천원택시’ 덕분이다.

천원택시는 국토교통부의 수요응답형 공공 택시다. 전국 40개 이상의 지자체에서 운영 중이다.

파주시는 이 택시 도입을 위해 타 지자체의 운영사례를 검토하고 조례제정, 예산 확보 등 행정적인 절차를 마련했다. 실제 이용할 지역 주민, 운행 주체인 택시업체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마을별 사전 설명회, 간담회 등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파주시 실정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맞춤형 ‘파주시 천원택시’ 운영체계를 구축했다.

파주는 2006년부터 개인택시, 법인택시를 하나로 통합한 브랜드콜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었기에 도입이 용이했다. 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의 연령대가 높은 것을 고려해 콜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운영 프로그램도 지역 자원인 브랜드콜과 연계해 자체 개발했다.

운행지역 마을 주민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천원택시를 하루 2회,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파주시 전체 771대(개인 526대·법인 245대)의 택시가 참여하고 있다.

천원택시는 2019년 12월 말 기준 문산읍, 법원읍, 파주읍, 탄현면 등 30개 마을, 2만7400여명의 마을 주민이 이용했다. 관련 택시업체에는 2억5000만원의 예산이 지출됐다.

배차율도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접수된 총 2만8430건 중 2만7392건이 배차돼 96.3%라는 높은 배차 성공률을 보였다. 하루 평균 이용자도 4월 33.3명에서 시작해 8월 64.4명, 9월 119.2명, 11월 170.5명, 12월 191.3명 등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하루 평균 이용자가 올해 1월 213명, 2월 155명, 3월 142명으로 점점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달부터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다시 이용자가 늘고 있다.

파주시는 이용자가 더 편안하고 즐거운 수요자 중심의 천원택시를 운영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천원택시 이용자 5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매우 만족’ 40% ‘만족’ 39% ‘보통’ 16% ‘불만족’ 5%의 결과를 얻었다. 파주시는 2020년에 만족도 95%를 뛰어넘어 100%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설문조사 결과 천원택시를 이용하는 목적으로는 병원 진료(44%) 장보기(22%) 환승(15%) 모임 참석(11%) 행정복지센터 방문(8%) 순으로 나타났다. 천원택시를 이용해 달라진 점으로는 정기적인 병원 진료 가능(41%) 생활 편리(32%) 복지 문화혜택(15%) 환승 용이(20%) 순으로 나타났다.

파주시 관계자는 “올해 6월 마을 10곳을 추가 모집해 천원택시를 운영하려고 하는데 벌써 40개 마을이 신청하는 등 주민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며 “마을 이장님들 사이에서 천원택시를 유치하지 못하면 이장직을 내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앞으로 40개 마을에 천원택시 운행을 유지하면서 추가 마을 모집 등을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


▒ 최종환 파주시장 인터뷰
“대중교통 불편한 지역에 맞춤형 서비스 제공”


“천원택시는 교통복지에 소외되는 주민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든거죠.”

최종환 파주시장(사진)은 지역에 상관없이 파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발상으로 ‘천원택시’를 공약사업으로 추진했고, 지난해 지속가능 교통도시 평가에서 ‘파주 천원택시’가 대상을 수상하며 파주시 상황에 맞는 교통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증을 받았다.

파주는 도농복합도시로 면적이 넓고 농촌에는 인구가 산발적으로 분포돼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다. 최 시장은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맞춤형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천원택시가 교통 불편 해소를 넘어 지역주민의 건강, 생활, 복지, 문화 혜택 등 삶의 질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통 공차 거리가 길어지면 택시들은 콜을 받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파주의 경우 교통 오지인 파주 북쪽 지역에 택시회사가 많이 몰려 있어 천원택시를 운영하는 지역적 여건이 잘 맞아 떨어졌다”며 “택시업체의 협조와 자체 개발한 천원택시 운영 전용 프로그램 등으로 천원택시가 시민들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으로 주민들의 생활에 자리 잡은 파주시 천원택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평택시와 김포시가 파주시를 찾았다. 파주시는 약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성공적으로 천원택시 정책을 활성화하며, 다른 지자체가 파주시의 교통정책을 배우러 오도록 하는 모범적인 도시가 됐다.

최 시장은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천원택시가 주민들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았지만,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설문조사를 통해 제시된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을 검토해 개선해나가고 있다”면서 “설문조사를 통해 제안된 요구사항인 이용시간 연장, 출발지 변경, 무거운 짐을 가지고 탈 때 도움 필요 등 협의를 통해 추진할 수 있는 부분들은 적극적으로 개선해 천원택시 이용자 만족도를 더욱 향상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파주=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