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매주 열리는 시험도 아니고 시험 한번이 정말 중요한데 1년에 2~3번밖에 없는 기회 중 한 번이 날아갔어요.”
올해 상반기 ‘건설기계설비기사’ 자격증을 따 하반기 공공기관 채용에 대비하려던 취업준비생 이모(28)씨는 지난 20일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서 “기사시험 1·2차 시험을 통합시행한다”는 공지를 확인했다. 지난 3월 치러질 예정이었던 1차 필기시험은 한 차례 연기돼 지난 25일 치러져야 했지만 시험을 불과 며칠 앞둔 20일 또 시험 일정 연기가 발표됐다. 이씨는 “2년 넘게 취업을 준비한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통보에 화가 났다”며 “카페, 음식점보다 시험장 방역 관리가 더 철저할 텐데 국가 시험에 대해서만 방역 기준이 가혹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0일 “기사·산업기사 제1·2회 필기시험을 통합시행기간(6월 6~7일, 13~14일) 중 1회만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해온 사람들은 시험 일정이 수개월씩 연장된 데다 시험횟수까지 줄어든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기사·산업기사 자격증을 취업 시 필수요건이나 우대사항으로 두는 기관·기업에 취직하려던 이들에게도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안전산업기사’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 권모(22)씨는 “필기시험 후 보통 1개월~1개월 보름 이후에 열리는 실기시험까지 통과해야 자격증이 나오는데, 필기 이후 실기시험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며 “하반기 채용 공고가 뜨기 전까지 자격증을 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불안해했다.
각각 다른 자격증을 1, 2차에 걸쳐 취득하려던 사람들도 곤란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통합시행기간 중 일정이 겹치지 않으면 각각 다른 종류의 시험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구체적인 시험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다. 하반기 이직을 위해 지난 3월로 예정됐던 1차 시험에서 ‘건설기계설비기사’ 자격증을, 2차 시험에서 ‘일반기계기사’ 자격증을 따려던 A씨(31)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둘 다 본다 하더라도 두 종류 시험을 2~3달 만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기사·산업기사 1회 시험을 2회와 통합하지 말고 2주 연기해 시행해 달라”거나 “기사시험 연기에 따른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대응 방안을 변경해야 한다”는 등 관련 청원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이 시험 일정에 임박해 발표된 탓에 불가피하게 시험을 닷새 앞두고 시험 연기를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며 “28만여명이 치르는 시험인 만큼 안전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연기했다”고 밝혔다. 또 “시험에 따라 올해 남은 시험 응시 횟수를 추가하는 등 구제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