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역할은 대선 준비까지만… 통합당 당명·브랜드도 바꿔야”

입력 2020-04-27 04:09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 전 위원장은 26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쇄신하려면 당명을 포함해 당 브랜드까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4·15 총선 참패로 위기를 맞은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26일 자신의 비대위원장 임기와 관련해 “대통령 선거를 할 수 있는 준비만 딱 하면 더 이상 통합당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최근 통합당에서 불거진 무기한·전권 비대위 논란을 의식한 듯 대선을 치를 수 있는 당내 기반을 다지는 데까지만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그만이지 나에게 무슨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등 다른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을 쇄신하려면 당명을 포함해 당 브랜드까지 바꿔야 한다”며 전면적인 당 쇄신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당내에선 ‘김종인 비대위’ 추인 확정을 위해 28일 열리는 통합당 전국위원회를 21대 당선인 총회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도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통합당 스스로 당을 추스를 수 있었으면 (비대위원장을 나에게 맡아 달라는) 얘기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진해서 비대위원장을 맡으려는 사람도 아닌데 이러쿵저러쿵 하는 얘기엔 일절 논평을 안 하려고 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전국위 추인 과정에서 ‘김종인 비대위’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당내 사정에 대해 얘기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 추진력이 떨어지면 내가 (통합당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비대위원장 역할은) 하는 데까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독단적 리더십을 우려하는 시각에 관해선 “그 사람들이 언제 나를 겪어본 적 있는가”라며 “외부에 그런 인상을 줬을지 몰라도 나는 독단적으로 뭘 해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비대위 활동 기간에 대해선 “일을 해봐야 아는 것”이라며 분명한 시한을 밝히지는 않았다.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아무리 늦어도 (2022년 3월로 예정된) 대선 1년 전까지인 내년 3월까지는 대선 승리의 준비를 마쳐야 된다는 것”이라고 김 전 위원장 임기를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을 연일 ‘부패한 인사’라고 공격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홍 전 대표가 검사 시절이던 1993년 4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당시 김 전 위원장을 직접 조사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그 사람한테 조사받은 적도 없다. 그 사람은 밤낮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홍 전 대표를 포함해 무소속 당선인들 복당 문제를 묻는 말에는 “전국위원회가 끝난 뒤 물어보라”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를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한 것과 관련해 “후보를 새로 발굴한다기보다는 그런 후보가 스스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대선 후보로 염두에 둔 사람이 있다는 게 아니라 세대교체에 걸맞은 후보를 기를 수 있는 당내 토양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다.

3선에 성공한 통합당 의원들은 27일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비대위 전환에 대한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일부 의원과 당선인은 심 권한대행이 당선인 총회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하지 않은 채 김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당선인 총회는 전국위원회 다음 날인 29일 열릴 예정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