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새없이 띵동!… 재난문자 하루 평균 104건

입력 2020-04-27 04:06

코로나19 사태가 3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잦은 재난문자 발송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조 등 일상적인 안내사항까지 재난문자로 발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31·남)씨는 지난 24일 오후 회사에서 일하던 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발송한 ‘의료진 덕분에! 국민 덕분에! 집단감염 위험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의심증상이 있으면 바로 선별진료 받고, 주말도 밀폐된 공간 모임은 삼가주세요’라는 문자를 끝으로 재난문자 수신을 차단했다. 이날만 5건의 재난문자를 받았다는 김씨는 26일 “요즘 밀폐된 공간에서 모임하면 안 되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냐”며 “너무 사소한 내용까지 재난문자로 보내는 것 같다”고 불만을 피력했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이날까지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발송한 재난문자는 총 8959건으로 일평균 104건에 달한다. 재난문자는 거주지가 아니라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발송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재난문자를 수신할 수도 있다.

시민들은 너무 잦은 발송으로 재난문자가 주는 경각심이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이모(28·여)씨는 “수업에 방해가 돼 지난달부터 일찌감치 재난문자 수신을 차단했다”며 “정말 긴급한 문자만 보내야 하는데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재난문자를 남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최모(22·여)씨도 “손씻기,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까지 날아오는 바람에 재난문자를 차단하게 됐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다시 재난문자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빈번한 재난문자에 피로감을 느끼지만 확진자 동선 등 중요한 정보를 놓칠까봐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두는 시민들도 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60대 남성 A씨는 “재난문자로 신속하게 소식을 전해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면서 “다만 지자체별로 형식을 통일해 확진자 동선 등만 간략하게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