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학들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을 달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학자금 대출 금리를 낮춰주고 각종 복지 혜택을 제안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교육의 질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등록금 환불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대학과 교수들은 ‘강의 질 저하에 따른 환불’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고통 분담 차원의 ‘특별장학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교육부는 26일 학자금 금리 인하를 골자로 하는 대학생 지원책을 내놨다. 먼저 올해 2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를 1.85%로 인하했다. 학자금 대출 금리는 지난해 2.2%에서 올해 1학기 2.0%로 낮아지고 다시 0.15% 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로 학생 본인 또는 부모의 실직·폐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우선·추가 지원하고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국가장학금Ⅱ 유형은 소득 분위 8구간 이하 학생이 대상이었는데 올해는 실직·폐업 가구를 최우선 선발하고 9구간 이상도 지원 가능하도록 안내키로 했다. 최대 7.8%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2009년 이전 대출자들은 27일부터 2.9% 수준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떨어진 상태여서 ‘생색내기’ 내지는 ‘당연한 조치’란 반응이다. 급조된 원격 강의로 교육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으므로 등록금 환불이 당연하다는 입장으로 “실습은커녕 도서관 이용도 못했다”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불만은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 연대단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를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는 표면적으로는 “대학이 알아서 할 일”(박백범 교육부 차관 23일 브리핑)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좌불안석이다. 여야 정치권이 4·15 총선 과정에서 청년층 구애에 나서면서 긍정 검토를 언급한 상태여서 교육부로 ‘청구서’가 날아올 판이다.
대학들은 학생 달래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호남의 한 대학은 학생들에게 교내 카페에서 사용하는 ‘반값 커피’ 쿠폰을 나눠줬고, 영남의 한 대학은 신입생 멘토링 장학금을 확대했다. 원격 강의로 지출하지 않은 강의실·실습실 운영비 일부를 학생 복지 혜택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대학도 있다.
다만 강의 질 저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학도 원격 강의 인프라에 투자하느라 지출이 상당했고 교수들도 원격 강의에 나름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수들이 자존심상 (질 저하 주장은) 결코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대학들이 ‘특별장학금’ 형태로 학생들과 합의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의 질 때문이 아니라 고통 분담 차원에서 대학에 낸 등록금의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것이다. 실제 일부 국립대는 구체적인 지급 계획을 세워놓고 다른 국립대들과 보조를 맞추려고 발표를 미뤄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