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부터 ‘6일 황금연휴’를 앞두고 김포~제주행 항공권 가격이 10배 이상 뛰는 등 국내 여행 심리가 들썩이고 있다. 항공업계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며 앞다퉈 노선을 늘리면서도 공항·항공기 내 감염으로 또다시 여행 수요가 얼어붙지 않을지 초긴장하고 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포발 제주행 항공권(편도) 가격이 최근엔 주중 1만원, 주말 2만원 안팎이었는데 황금연휴 시작일인 30일~다음 달 1일엔 10만~13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가격이 10배나 올랐는데도 일부 항공편은 매진됐고 대형항공사 항공권의 예약률은 90%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외출을 자제해온 시민들이 국내 신규 확진자 수 감소 추세에 힘입어 해외 대신 국내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본다.
항공업계도 수요에 맞춰 코로나19로 중단하거나 줄였던 국내 항공편을 대폭 늘렸다. 대한항공은 하루 10회(왕복 기준)로 줄였던 김포∼제주 노선을 최근 하루 18회로 늘렸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5일 김포∼제주 구간의 운항을 주당 왕복 138회에서 187회로 확대했다.
‘셧다운’ 상태에 가까웠던 대구, 청주 공항도 최근 제주노선 운항을 대폭 확대했다. 한국공항공사 대구공항 관계자는 “약 두 달간 티웨이항공을 제외한 전 항공사가 운항을 중단했었는데 26일부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하루 4편, 6편 제주노선 운항을 재개하기로 했고 진에어와 제주항공도 곧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청주공항도 연휴 기간에 국내선 8편이 추가 취항하는 등 국내 노선 수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17만9000여명, 하루 평균 2만5580명의 관광객이 제주도를 방문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3.2%가 감소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반짝 특수’ 기대에도 업계는 공항, 항공기 내 집단 감염 발생 우려에 긴장하는 표정이다. 제주항공은 제주행 국내선 항공편 전편 탑승객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실시하는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이번 연휴가 항공·여행업계에선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무사히 잘 넘어가면 연휴를 계기로 향후 국내 노선 수요가 회복되겠지만 감염자가 나타나면 다시 시장이 얼어붙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국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금이라도 증상이 의심되면 제주에 오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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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