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에 대한 미숙한 대처로 공화당 내에서 올해 11월 3일 동시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와 상원의원 선거에서 모두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연일 생중계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언론 브리핑이 그의 정치적 위상에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살균제가 바이러스를 1분 안에 박멸할 수 있다”면서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 같은 건 없을까”라고 한 발언은 결정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과학적이고 위험하며, 근거를 알 수 없는 무책임한 주장에 보건 전문가들과 언론, 정치권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약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라고 열심히 홍보했으나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망에 이르게 할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브리핑을 ‘자기 파괴’의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선과 상원의원 선거가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화당에선 전패의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NYT는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지난주 17개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 공화당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격전지에서 고전하고 있으며 올 가을 미국 경제를 재건한다는 신호가 없으면 패배할 것 같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 플로리다주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굳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모두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등 러스트벨트(중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와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하며 백악관을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공화당의 공포는 대선에 그치지 않는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에 다수당 자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미 메인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들의 선거자금 모금액이 민주당 소속 도전자들에게 현격하게 밀리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이라크 전쟁 후유증에다 리먼 사태로 경제위기가 겹쳤던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공화당이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참패했던 악몽이 재연될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이 이렇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2016년 대선에서도 투표 전날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로 뒤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인들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미국 경제를 살릴 적임자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을 꼽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전면에 나섰을 때 실책을 연달아 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살균제 인체 투입’ 발언 역풍을 의식한 듯 매일 진행하던 코로나19 언론 브리핑을 이날 생락했다. 대신 트위터를 통해 언론과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그는 “주류 언론이 적대적 질문만 하고, 진실과 사실을 정확히 보도하길 거부한다면 백악관 언론 브리핑을 하는 목적이 무엇이겠느냐”며 “그들(언론)은 기록적인 시청률을 올리지만, 미국인들은 가짜뉴스만 얻는다”고 공격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