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 기강이 도를 넘을 정도로 해이해졌음을 보여주는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성추행이나 폭행, 갑질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군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하극상, 고급 간부가 버젓이 일탈을 자행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기도 모 육군 부대에서는 군단 예하 통신단 간부(대령)가 군단 지휘통제실을 감청한 사실이 드러나 군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통신 보안의 중대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고급 간부가 군단의 지휘통제실을 감청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지난 2월에는 전방 부대 병사들이 3급 기밀인 암구호를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렸다가 적발됐다.
이뿐만 아니다. 상병이 여군 중대장의 머리를 야전삽으로 치고, 남자 부사관 4명이 상관인 남성 장교를 성추행하는 하극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군 함장은 부하 여군을 성추행했다가 직위해제됐고, 지방의 골프장에서는 캐디가 쓰러져 수술하던 중 머리에서 5.56㎜ 탄두가 나와 인근에서 사격훈련을 했던 군부대가 조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출 금지 등의 통제가 강화되면서 군 내부의 스트레스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계상황 속에서도 안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군에서 일탈이 계속되는 것은 소홀히 넘길 일이 아니다. 최근 방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군의 안보 태세가 이 때문에 해이해져서는 안 된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 등이 여전하고 최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변이상설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군은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지난 19일 기강 해이를 경고하는 지휘서신을 전군에 하달했지만, 제주 해군기지 등에 민간인 무단 침입이 잇따르자 긴급 주요지휘관회의를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필요하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라도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하고, 군 내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사설] 군단장 도청에 하극상까지… 군 기강 해이 특단책 있어야
입력 2020-04-2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