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전부터 번호표 배부… 새벽 줄서기 북새통 사라져

입력 2020-04-27 04:02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발 디딜틈이 없었던 소진공 서울중부센터 내부가 23일 오전엔 한산한 모습이다. 정진영 기자

서울에서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중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서울중부센터를 지난 23일 다시 찾았다. 사무실로 향하는 계단까지 줄을 서고, 빗발치는 문의로 복도가 시끄럽게 울리던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시행 첫날(지난 1일)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대출 접수와 신청이 진행됐고, 길게 늘어선 줄도 보이지 않았다.

“줄 서 있는 분들이 안 계시네요” 기자가 묻자, 센터 측에서는 “문 열기 전부터 와 계신 분들이 계셔서 오전 일찍 번호표부터 나눠드렸다”며 “굳이 센터 앞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배정된 시간에 다시 오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가 문을 열자마자 현장 접수가 끝났던 첫날과 달리 이날은 오전 9시 기준 현장 접수 가능 인원이 30명 가까이 남아 있었다. 대출 접수와 신청도 하루 만에 가능했다. 시행 첫날에는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도 접수와 신청이 하루 만에 진행되지 않는다며 소상공인들을 되돌려보내 원성을 샀었다. 당시 지적됐던 문제들은 상당 부분 해소된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새벽 줄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이날 ‘1번’ 번호표를 받은 이모(43)씨는 새벽 2시에 센터를 찾았다. 이씨는 “선착순이라 오는 길에도 늦을까봐 조마조마했다”며 “그런데 오늘 유독 사람이 없는 건지 도착했을 때 아무도 없더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센터 계단 구석에서 새벽 쪽잠을 자는 이들도 여전히 있었다. 오전 4시 센터에 도착했다는 한 상인은 “주변에서 일찍 가야 한다고 해서 새벽같이 왔는데 나는 7번을 받았다”며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더라”고 말했다.

오전 10시 이후에 센터에 도착한 이들도 대기 번호를 받을 수 있었다. 오후 1시 이후 방문 시간을 지정받고 돌아갔다.

서울 중부센터에서만 매일같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소상공인들이 20명 안팎 정도라고 한다. 한창훈 소진공 서울중부센터장은 “요즘 현장에서는 50~60명 정도, 온라인으로는 30명씩 신청을 받고 있다”며 “전에 비하면 한꺼번에 너무 몰리지 않고 수요가 많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새벽 줄서기를 하는 소상공인 대출 신청자를 위해 센터 직원들이 오전 6시 전부터 나와 안내하는 것을 알리는 게시글. 정진영 기자

바뀐 건 또 있다. 더 이상 굳이 ‘홀짝제’를 고수하지 않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출생연도에 따라 홀수일엔 홀수 해, 짝수일엔 짝수 해에 태어난 이들의 신청만 받았다. 하지만 최근엔 실수로 홀수일에 방문한 짝수연도 출생자를 다시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대기 인원이 너무 많지 않은 이상 날짜를 잘못 방문했더라도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등급을 조회하는 전용 공간, 서류를 제대로 준비해 오지 못한 경우 부족한 서류를 바로 출력할 수 있는 공간 등도 따로 운영되고 있었다. 접수를 마치면 번호표대로 대출 신청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대출 신청 방문자들의 동선 안내에 대한 직원들의 매뉴얼도 갖춰졌다. 소진공 지역센터 직원들과 대출을 받으려고 방문한 소상공인 모두 시행 첫날에 비해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정부는 지난 22일 진행된 제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소상공인 긴급대출 프로그램 지원규모를 12조원에서 16조4000억원으로 4조4000억원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지원책이 기금 소진으로 끝나더라도 금리, 한도, 지원조건 등을 달리한 2단계 프로그램에 10조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26일 “시중은행 대출의 경우 할당된 재원이 3조5000억원이니 자금은 아직 넉넉하다”고 말했다.

정진영 문수정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