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뿜는 비룡-발 빠른 사자, 눈에 띄네!

입력 2020-04-27 04:01
SK 와이번스 타자 한동민(왼쪽)이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연습경기 2회초 1사에서 솔로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채태인과 팔꿈치를 부딪쳐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정세에 따라 시작한 연습경기에서 각각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2020시즌 정규리그의 시동을 걸었다. SK 와이번스는 한 시즌을 쉰 ‘홈런 공장’의 엔진을 예열했고, 삼성 라이온즈는 장타자 부족을 만회할 ‘발야구’로 유일하게 3전 전승을 질주했다.

10개 구단은 지난 25일까지 닷새간 팀당 3차례씩 연습경기를 소화했다. 정규리그는 매주 2개 팀을 3연전으로 상대하지만, 연습경기는 근거리 팀끼리 당일치기 일정으로 치러졌다. 26일 하루를 쉰 연습경기는 이제 27일부터 5월 1일까지 격일로 펼쳐져 3경기를 남기고 있다. 앞서 치러진 3경기는 연습경기의 전반부에 해당한다.

연습경기 첫 날인 지난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4회초 1사 때 안타를 치고 슬라이딩으로 3루 베이스를 태그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오른쪽). 연합뉴스

전반부에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은 SK 타선이다. 3경기에서 무려 6개의 홈런을 쳤다. 최정, 제이미 로맥, 한동민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는 모두 한 차례씩 외야 담장을 넘겼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2018년 SK의 ‘홈런 공장’이 다시 살아난 모양새다.

SK는 그해 정규리그에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팀 홈런 233개를 기록했다. 강타선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지난해에는 달랐다. 반발 계수를 줄인 공인구 도입으로 SK의 정규시즌 팀 홈런은 117개로 반토막이 났다. 시즌 막판까지 ‘홈런 공장’을 재가동하지 못한 SK는 정규리그 마지막 날 두산 베어스에 우승을 헌납했다. 최종 전적은 88승 55패 1무로 두산과 같았지만, 상대 전적에서 7승 9패로 밀렸다.

한 시즌을 절치부심한 SK 타선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시범경기가 취소되고 정규리그 개막이 1달 넘게 연기된 상황에서 어렵게 시작한 연습경기를 통해 화력을 발산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를 4대 3으로 제압한 연습경기 2차전은 SK의 장타력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SK는 4점 중 3점을 최정, 한동민, 김창평의 솔로 홈런으로 뽑아냈다. 그중 9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LG 6번째 투수 고우석의 초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긴 김창평의 솔로포는 결승타가 됐다. SK는 연습경기 전반부에 2승 1패로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냈다.

삼성 라이온즈는 주루 플레이로 재미를 봤다. 성적을 기록하지 않아 크게 힘을 빼지 않는 연습경기지만, 삼성은 모두 7개의 도루를 기록해 10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대주자로 발탁된 김성표의 도루 2개를 포함해 모두 6명이 도루 1개씩을 기록했다. 홈런 없이 3루타 1개만을 기록한 장타자 부족을 ‘달리는 야구’로 만회한 허삼영 신임 감독의 묘수로 평가된다. 지난해 정규리그를 8위로 완주한 삼성은 연습경기에서 유일하게 3전 전승을 수확했다. 삼성은 마운드의 실점도 5점으로 가장 적었다.

삼성 다음으로 마운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한 팀은 두산이다. 두산 투수진은 대부분 1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3경기에서 6점만을 빼앗겼는데, 연습경기 첫날 위기에서 구원 등판해 ⅓이닝 동안 4실점(1자책점)을 떠안은 베테랑 권혁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복이 없었다. 올 시즌 두산으로 이적한 라울 알칸타라는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지난해까지 친정이던 KT를 상대로 5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을 기록해 ‘필승조’ 합류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