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개인과 자영업자 등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출액이 부쩍 늘었다. 매출과 수입이 끊기자 ‘긴급 수혈’ 차원에서 은행보다 비싼 금리에도 카드사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 경우 저신용·저소득층의 취약차주 양산과 함께 카드사의 건전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달 카드론 취급액은 4조3242억원이다. 전년 대비 8825억원(25.6%) 늘었다. 지난 2월(3조8685억원)까지 3조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4조원을 돌파했다.
카드론 대출은 보통 경기가 나쁠 때 증가한다는 점에서 업계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금리는 통상 은행권 신용 대출금리보다 3~4배 이상 높다. 하지만 별도의 대출심사 절차 없이 신용만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특성상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 등의 이용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고위험 카드대출’(신용등급 7등급 이하, 3개 이상 금융기관 대출보유) 증가에 따른 카드사의 자산 건전성 악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7개 전업카드사의 고위험 카드대출 잔액은 6조5000억원이다. 전체 카드대출(현금서비스, 카드론)의 18.1%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 비율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 지원책은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최소 6개월 이상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피해가 장기화돼 지원 기간이 끝날 경우 카드론 연체율 상승세가 본격화할 수 있다. 시점상 올가을(9~11월)부터 연체자들이 대거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우려는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의 2분기(4~6월) 대출 행태 전망에서도 드러난다. 가계 소득이 줄고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카드사들은 여신 건전성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카드사의 2분기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6으로, 1분기(13)보다 급락했다. 카드사의 신용위험지수도 31로 1분기(6)보다 급격하게 올랐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