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본 미래통합당이 돌고 돌아 ‘김종인(사진)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4일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밝히며 보수 재건의 역할을 맡게 됐다.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하는 당내 반발 목소리도 커지고 있으나, 뾰족한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바른사회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과의) 전화 통화에서 수락 결정을 했다”며 “통합당 상황이 나를 꼭 필요로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면 제가 조금 힘들어도 생각해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전날 회동은 불발됐지만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심 권한대행이 22일 저녁 김 전 위원장을 만나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통합당은 오는 28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거쳐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추인할 예정이다. 심 권한대행은 논란이 된 비대위 활동 기한과 관련, 전당대회 일정과 관련된 한시적 부칙을 수정하는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8월 31일까지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도록 한 부칙을 고치면 ‘비상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비대위 운영이 가능하다. 김 전 위원장이 요구했던 대로 사실상 무제한 임기를 보장하는 셈이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임기와 관련한 당내 논란을 의식한 듯 “나는 ‘무제한’이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비대위원장 임기는 1년보다 더 짧을 수도 있다”며 “내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그만두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 앞에는 총선 패배 후 흐트러진 당을 수습하고, 인재 영입 등 인적 쇄신 과제가 놓여있다. 이를 토대로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만한 보수 주자를 발굴하는 것까지 그의 역할에 포함될 전망이다.
비대위 체제가 추인되면, 비대위원 구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당 쇄신 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김 전 위원장은 “통합당을 어떻게 새롭게 만드느냐를 전제로 (비대위 구성을) 하겠다”며 “당내와 외부인사를 섞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21대 초선 중 혁신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웅 송파갑 당선인 등 보수 개혁에 앞장설 인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20~40대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때문에 젊은 세대에 다가갈 수 있는 혁신적인 보수 인사가 절실한 상황이다.
당 내부에는 여전히 김종인 비대위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크다. 현실적으로 힘 있는 쇄신 추진이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많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김 전 위원장이) 진정 통합당을 위한다면 무리한 권한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가 일차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당내 갈등이 계속될지, 김종인 체제에 힘이 실릴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