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온라인 쇼핑 덕에 웃었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 확산으로 광고 매출은 일부 타격을 받았지만 ‘언택트’ 소비 확산으로 쇼핑 부문에서 선전했다. 유통·이커머스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가입자 수와 검색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네이버가 비대면 서비스 강화로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3일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7321억원, 영업이익 2215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14.6%, 7.4% 증가한 것으로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이다. 주력 사업인 비즈니스플랫폼은 광고 감소에도 온라인 쇼핑 관련 매출이 성장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749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1분기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6% 성장을 기록했다. IT플랫폼 부문 매출은 네이버페이 결제액 증가와 클라우드 비대면 기술 지원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49.4% 늘어난 1482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페이도 결국 쇼핑 증가 덕이다.
한성숙 대표는 “그동안 준비해 온 기술과 서비스 역량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비대면 서비스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와 성장 동력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입점 스마트스토어는 32만개가 넘고 회원 수는 4000만명이 넘는다. 네이버는 유명 브랜드가 입점한 ‘브랜드스토어’의 배송 서비스를 더 빠르게 하기 위해 배송·물류 업체와 협력할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스마트스토어는 포털로서 쇼핑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소상공인들에게 판로를 열어주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는 소상공인들의 판로를 넓혀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쏠림 현상이 심화해 네이버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할 경우 시장 질서에 교란이 올 것이라는 업계 안팎의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유통·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네이버를 위협적인 경쟁자로 꼽고 있다. 네이버가 유통으로 수익을 내는 건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1분기 수익 증가 이유를 언택트 소비라고 하는 것 자체가 쇼핑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걸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에서도 네이버가 어떻게 사업을 전개하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네이버가 플랫폼으로서 이커머스 사업자들과 적당한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언제든 상황은 바뀔 수 있다”며 “네이버가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면 시장 자체가 상당히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주화 문수정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