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안 받는’ 자발적 기부… 한국, 시민의식 또 발휘할까

입력 2020-04-24 04:49 수정 2020-04-24 04:49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고소득자에게는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겠다는 사상 초유의 실험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방법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효용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긴급재난지원금 자발적 기부’의 실현 가능성과 효과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권영준 경실련 공동대표는 23일 “개인 기부가 많은 미국은 복지제도가 유럽보다 못하지만 지니계수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서 “자발적 기부도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지원금을 반납한다면 자영업자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사람들을 더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유대가 더 견고해질 것”이라고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의견이 나뉘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상위 30%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아니다”며 “선뜻 현금성 자산을 포기할 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는 심리적 측면에도 영향을 받는데 국민들이 기부에 나선다면 그 자체로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며 “국민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을 돕는 분위기가 기부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 교수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현되면 경제효과 전에 사회통합 등 심리효과가 먼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기부를 생각하는 일반인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유모(56·여)씨는 전날 오후 가족회의를 열고 약 80만원의 지원금을 기부하자는 데 합의했다. 은퇴를 2년 정도 앞둔 남편과 취업준비생 아들은 “왜 주는 돈을 마다하느냐”고 했지만 유씨는 “우리 가족 소득을 합치면 상위 30% 기준을 넘는다”며 “80만원이 당장 아쉽지는 않지 않으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약 40만원을 받을 수 있는 1인 가구에서도 기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관악구에 살지만 일은 다른 곳에서 하는 손모(28)씨는 “(지원금을) 지자체 내에서 써야 한다면 사용하기 어렵다”며 “지원금을 기부하고 세액공제를 받는 게 마음 편하고 현실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손씨는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으면 내년 2월 연말정산 때 6만원쯤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난지원금과 별개로 지자체가 지급한 지역화폐를 기부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경기도가 도민들에게 재난기본소득 10만원을 지급한 이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기지회에는 2억2000여만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모금회 관계자는 “지역화폐 등으로 기부받은 금액은 우선 지역 자영업자와 구직 청년들에게 돌아가도록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윤태 김지애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