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심재철 만남 관심 없다”… ‘金 비대위’ 반기에 불만

입력 2020-04-24 04:02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23일 밤 서울 종로구 자택 앞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날 저녁 만날 예정이던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과 여러 이유로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뉴시스

‘김종인 비대위’를 띄워 4·15 총선 참패로 휘청이는 당을 수습하려던 미래통합당 구상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당초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23일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심 권한대행을 안 만났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통합당에서 김 전 위원장 체제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가 커진 데 대한 불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김종인 비대위의 기간과 권한 등을 놓고 막바지 밀고당기기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밤 9시쯤 서울 종로구 자택 앞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여러 상황이 있어서 (심 대행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 대행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별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통합당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반대 목소리가 나온 데 대해선 “뭐가 어렵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는 “당내 이견이 불거진 상황에서는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재선에 성공한 통합당 의원 10여명은 이날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수습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의 김종인 비대위 전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비대위 체제를 무기한으로 하거나 비대위에 전권을 주는 방안에 대해선 반대했다. 김성원 의원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오는 28일 당선인총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특히 통합당에선 김 전 위원장이 전권뿐 아니라 사실상 무기한 임기를 요구한 데 대한 반감이 컸다. 조해진 당선인은 전권 비대위에 대해 “식민통치”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라고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선동 의원은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에 대해 “훈장님 모셔다 학생들이 회초리 맞는 방식보다는 스스로 반성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제대로 된 쇄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려던 당 지도부 계획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지도부는 당초 24일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28일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 전환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불투명해졌다.

다만 당내 이견을 좁히는 과정을 거칠 경우 ‘김종인 카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 스타일 자체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하자는 대로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스타일”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전권 보장 방안이 만들어지면 김 전 위원장이 다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에선 현재 당 상황을 감안하면 외부 인사에게 전권을 주는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재선 의원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문재인 정권보다 더 싫은 게 통합당이라는 것”이라며 “당을 완전히 해체 수준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김이현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