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인수전, 정부 수혈·신속 심사 힘입어 ‘급물살’

입력 2020-04-24 04:03
코로나19 여파로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가 지연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과 상표권 사용 계약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20일 인천공항 주기장에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항공산업에 추가 금융·행정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미뤄질 뻔했던 항공업계 인수·합병(M&A) 작업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α’가 지원되면서 무산설까지 돌았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도 빠른 속도로 통과돼 M&A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23일 제5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하기 전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통해 대형 항공사를 먼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금액은 24일 산은이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1일 1조7000억원을 지원받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원책은 대한항공 위주일 확률이 높지만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이 추가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간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책에서 배제돼 왔던 아시아나항공에 긴급자금이 수혈되자 HDC현산의 인수 작업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채권단은 1조7000억원 지원에 이어 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출자전환(기업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서정 SK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이 감염병 타격으로 시가총액이 41%나 떨어지자 HDC현산이 인수 작업을 미루는 분위기였다”며 “이에 정부가 금융 지원에 나서 결합 작업을 촉진시키는 모양새인데 시장에선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심사 6주 만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했다. 이숭규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히 심사했다”며 “이스타항공의 재무·경영상황이 워낙 나쁘고 제주항공 외에 딱히 인수희망자도 없는 사실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이스타항공의 자본 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632억원이었다. 이 항공사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자본잠식 상태였고 지난해엔 79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항공사의 빚을 국책은행이 떠안게 되는 사태를 방지하고 항공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항공사 인수 작업을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국책은행이 회사채나 대출 형태로 빌려준 돈이 막대하기 때문에 인수 작업이 불발되면 그 빚을 산은 등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타항공의 경우 빚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직원 1700명의 대량실업 사태를 막는 차원에서 국책은행이 나서서 원활한 인수 작업을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원래 시장 논리에 따라 경쟁력 있는 항공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M&A 작업이 지연되고 있던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 논리가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대형 항공사 우선 지원 방침 외에도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납부유예 기한을 5월에서 8월로 연장했다. 정류료와 계류장 사용료는 전액 면제, 착륙료는 10∼20%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밖에도 항공편을 이용해 수입하는 자동차부품 관세 특례를 확대한다.

안규영 기자, 세종= 전성필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