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다음 달 초 21대 국회 첫 원내 사령탑을 선출한다. 통합당에서는 전현직 원내대표 3명(김성태 나경원 심재철)이 모두 21대 국회 입성에 실패해 ‘원내대표 잔혹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새 원내대표는 이를 끊어내고 180석 슈퍼 여당에 맞서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된다.
통합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서면 속도감 있게 원내 지도부를 구성할 방침이다. 다음 달 8일쯤 원내대표 경선을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는 중진급 인사들은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3선 고지에 오른 김태흠 의원이 먼저 원내대표직 도전 의사를 밝혔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을 신청한 권성동 의원도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할 계획이다.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원내대표를 지낸 정진석 의원은 추대가 된다면 맡을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의원도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랜만에 국회로 돌아온 박진 당선인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4선이 된 김기현 당선인 역시 후보로 꼽힌다. 김 당선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180석에 달해 원내대표의 책임이 더 막중해졌는데, 경선에 나설지는 아직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현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조경태 의원도 적극적이다. 조 의원은 “당이 저를 필요로 한다면 맡을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경선이 자칫 총선 참패에도 반성하지 않고 자리싸움에만 열중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선보다는 합의로 추대하는 게 모양새가 좋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총선 참패 직후 당내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추대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원내대표들이 대여 협상력에서 낙제점을 받은 만큼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당 시절 김성태 원내대표는 협상보다는 대여 공격에 치중했다. 특히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까지 했다. 후임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후 책임론에 시달렸다. 현재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에 불출마했고, 나 전 원내대표와 심 원내대표는 낙선했다.
신임 원내대표 자리도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여당이 더욱 거대해져 야당이 협상력과 전투력을 발휘할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상헌 심희정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