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제작 중대범죄로 처벌… 온라인 사전모의도 엄단

입력 2020-04-24 04:04
연합뉴스TV 제공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칼을 뽑았다. 정부는 성착취 음란물 제작을 중대 범죄로 처벌하고, 온라인을 통한 성범죄 사전 모의도 엄단하기로 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판매자도 신상공개 대상에 넣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을 심의·확정했다. 정 총리는 “가해자 처벌은 무겁게, 피해자 보호는 확실하게 한다는 원칙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디지털 성범죄를 중대 범죄로 처벌토록 형량을 높일 계획이다. 성범죄물 제작 행위에는 공소시효도 없애기로 했다. 온라인상에서 성범죄를 준비·모의만 해도 ‘예비·음모죄’로 규정해 처벌한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약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7~8월쯤 강화된 양형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디지털 성범죄자의 얼굴 등 신상 정보는 적극적으로 공개한다. 혐의가 무겁다고 여겨지는 가해자는 수사 단계부터 공개된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판매해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는 신상공개 대상에 오르게 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도 강화한다. 정부는 의제강간 기준 연령을 기존 13세 미만에서 16세로 상향키로 했다. ‘n번방’과 ‘박사방’ 사건 피해자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했다. 웹하드 업체에만 적용되던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 방지 의무를 모든 인터넷 사업자로 확대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에게는 징벌적 과징금을 물릴 방침이다.

아울러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잠입수사’ 기법을 도입한다. 수사관이 미성년자로 위장해 범죄자를 검거하는 방식이다. 성범죄물 영상이 은밀한 경로를 통해 유통돼 사전 탐지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다. 경찰 관계자는 “잠입수사는 판례에 따라 마약수사와 디지털 성범죄 수사 등 현장에서 이미 쓰이는 방식”이라며 “수사관 보호와 증거능력 확보를 위한 입법 부분에 미비한 점이 있어 보완하고 체계적인 수사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다크웹 사이트와 해외 보안 메신저를 이용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판매한 최모(23)씨를 검거해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수사 결과 최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한국인들이 많이 접속하는 다크웹의 한 사이트에 성착취물 판매 글을 올렸다. 이를 보고 접근한 이들과는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과 위커를 통해 흥정을 벌였다. 구매자가 가상화폐를 입금하면 최씨는 성착취물을 내려받을 수 있는 서버 링크를 보내주는 식으로 범행이 이뤄졌다.

최씨가 보유한 성착취물은 영상과 사진 1만9000종으로 용량은 1테라바이트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일부 포함돼 있다”며 “다만 직접 제작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거래 추적과 메신저 IP 추적 등을 통해 최씨로부터 성착취물을 구매한 가담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전날 기준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 340명을 검거해 51명을 구속했다. 128명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이 검찰로 송치됐고, 212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적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다크웹과 해외 보안 메신저를 통한 디지털 성범죄도 수사망을 피해갈 수 없다”며 “성착취물 생산·유포자는 물론 가담·방조자까지 모두 검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박사방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명단을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 게시한 송파구 공무원 2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송파구청 위례동주민센터 소속 공무원 2명은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진에 의해 개인정보가 불법적으로 유출된 사실이 밝혀지자 주민센터 게시판에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개인) 명단 공고’를 올려 논란이 일었다.

정현수 손재호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