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1.4%로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11년여 만에 최저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민간소비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줄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2분기에는 세계적 수요 위축에 따른 수출 악화가 한국 경제를 주저앉힐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609조703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4674조9490억원)보다 1.4%(65조2460억원) 감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금융위기 충격으로 전 분기 대비 -3.3%까지 주저앉았던 2008년 4분기 이후 최대 역성장이다.
지난해 1분기보다는 1.3% 늘었지만 이 역시 2009년 3분기(0.9%) 이후 10년반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한은은 코로나19가 1분기 성장률을 2% 포인트 이상 낮춘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크게 위축된 건 민간소비다. 외출과 만남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1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6.4%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외환위기 여파가 컸던 1998년 4분기(-13.8)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민간소비는 1분기 전체 실질 GDP를 3.1% 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 조기집행에도 정부소비는 0.9% 증가에 그쳤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각각 1.3%, 0.2% 늘었지만 역시 전 분기(7.0%, 3.3%)에 크게 못 미쳤다.
수출은 2.0% 줄었다. 자동차, 기계류, 화학제품 등이 고전하면서 반도체 수출 증가의 성과를 깎아먹었다. 수입은 원유를 비롯한 광산품과 자동차 등이 줄면서 4.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민간소비 급감과 함께 2.0% 역성장을 기록하며 1998년 1분기(-6.2%) 이후 최악의 업황을 겪었다. 운수업(-12.6%) 감소폭이 가장 컸고 도소매와 숙박음식업(-6.5%), 문화 및 기타서비스(-6.2%) 등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제조업 생산도 1.8% 줄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4분기 각각 전기 대비 0.03% 포인트 이상 성장하면 연간 성장률은 플러스가 된다”며 “3분기부터 경기가 조금씩 회복해 4분기 경제활동 수준이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하게 된다면 0% 부근의 성장세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대외환경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나라마다 달랐던 데다 수출 계약이 미리 이뤄지기도 했던 1분기는 그나마 여건이 나았던 편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피해가 커진 2분기는 수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에 피해를 입은 기업의 올 하반기 회복 여부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내수 회복 속도를 낙관하기에도 이르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세를 이어가면 민간소비는 다시 기지개를 켜겠지만 3월 고용 악화의 여파가 이를 제약할 수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5월 5일까지 가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민간소비는 부정적 상황을 이어갈 것”이라며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2분기가 1분기보다 골이 더 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이달 초보다 1% 포인트 낮춘 -1.2%로 전망했다.
강창욱 박재찬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