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코로나19 사태 우려 속에서도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정보기술(IT) 업계가 비대면 관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 증설에 나서면서 이익이 늘었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라는 전례 없는 불확실성을 만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어두운 시장 전망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3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액 7조1989억원, 영업이익 80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사들의 평균 추정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239.1% 증가했고, 매출은 4% 늘었다.
회사는 서버용 제품 판매 증가와 수율 향상, 원가 절감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 원격교육, 온라인쇼핑(전자상거래) 등 비대면 IT 수요가 늘면서 서버용 메모리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차진석 최고재무전문가(CFO)는 콘퍼런스콜에서 “10나노급(1Y) D램 및 96단 낸드플래시 수율 향상과 제조원가 절감 노력으로 모든 제품군의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700억원가량 불어나는 효과도 봤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들은 올해 반도체 시장의 역성장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이후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해 ‘역대급 불확실성’이 도래했다고 밝혔다. 차 CFO는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은 글로벌 IT 수요 전반과 공급망에 전례 없는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연간 실적 가이던스(전망치)도 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업계는 일부 국가의 이동제한 조치로 장비 부품업체가 정상적인 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장비 입고 시기 지연 가능성도 높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의 둔화도 악재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경기 이천 M16 공장 가동 등 시설 투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태 추이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4조7242억원, 영업손실 361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 LCD 업체의 저가 공세에다 세트업계 위축이 겹치면서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여파가 2분기 실적부터 본격 반영된다는 점이다. 생산라인을 구축한 베트남 등의 입국 제한 조치로 팹 가동률 하락과 실적 감소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