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불과한 ‘항체 형성률’… 올겨울 2차 대유행 불안감 커져

입력 2020-04-24 04:07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항체 형성률이 표본집단의 3%에 그쳤다는 해외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집단면역(herd immunity)’ 실현 여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집단면역은 전체 인구의 60~70%가 항체를 지닌다면 유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의학용어다. 코로나19의 항체 형성률이 극히 낮다면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 올겨울 ‘제2차 대유행’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WHO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항체 연구에서 약 3%만이 항체가 생성됐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행이 많이 발생한 지역에서도 항체 형성률이 높지 않다”며 “전 세계 방역 당국자들은 2차 유행이 올 거라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전날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25명을 상대로 실시한 항체 검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환자 전원에게서 중화항체가 발견됐다. 다만 ‘모집단’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 네덜란드 사례는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무작위 대규모 표본집단을 선정해 항체 형성률을 측정한 결과다. 반면 당국 조사는 이미 감염돼 입원치료 중인 확진자 25명이 모집단이다. 중화항체 생성 여부는 확인할 수 있지만, 항체 형성률까지 추정할 정도의 조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집단면역에 회의적이다. 우선 인구 60~70%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이 비현실적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에서 7000명가량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이는 200만 대구시 인구의 0.3% 수준”이라며 “집단면역에 도달하기엔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인구 대다수가 감염됐다 하더라도 모든 항체가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중화항체인지도 불분명하다. 중화항체 생존 기간도 알려진 바 없다. 예컨대 C형 간염 환자는 바이러스를 억제할 능력이 없는 항체만 형성한다. 독감은 6개월만 지나도 중화항체가 절반 이상 줄어든다. 김 교수는 “홍역처럼 한 번 감염되면 평생 중화항체가 유지되는 사례도 있지만, 코로나19 항체는 신종 바이러스라 얼마나 오래 항체가 지속되는지 연구가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집단면역 용어 자체가 오용(誤用)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탁 순천향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면역은 예방접종과 관련된 정책 결정을 내릴 때 쓰는 용어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 백신이 없다고 국민에게 자연 감염을 장려하자는 의미로 쓰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