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1분기 실적 소폭 상승… 2분기 ‘악화’ 불가피

입력 2020-04-24 04:07

현대자동차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지난해 동기 대비 소폭 끌어올렸다. 다만 주요 수출지역인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이 뒤늦게 본격화하면서 2분기에는 실적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23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콘퍼런스콜을 열고 2020년 1분기에 판매 90만3371대, 매출액 25조3194억원, 영업이익 86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영업이익은 4.7% 올랐지만 판매대수는 11.6% 감소한 수치다.

국내 시장에선 15만9061대가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13.5% 줄었는데, 더 뉴 그랜저 GV80 등 신차 판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생산 중단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중국 인도 유럽 지역 등의 수요가 줄면서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한 74만4310대가 판매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한 가운데 수요 위축 및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판매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판매대수 하락에도 실적은 지켜냈다. 이는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효과와 신차 및 SUV 중심의 판매 등이 영향을 줬다. 또한 미국의 앱티브 합작법인에 대한 지식재산권 등으로 약 1000억원의 기타 매출이 발생하면서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 기타 수익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현대차는 2분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실물경제 침체와 수요 하락의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시장의 딜러 영업과 공장 가동 중단 장기화로 수요 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제 유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 판매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현대차 재경본부장 김상현 전무는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빠른 V자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글로벌 수요 회복 시점에 맞춰 빠른 회복이 가능하도록 유동성 관리 강화, 적정 재고 수준 유지 등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경영 안정화를 위해 위기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향후 전략적 재고 및 판매 운영, 안정적인 부품 공급, 유연한 생산체계 구축 등을 통해 실적 악화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보증기간 연장, 비대면 판매 서비스도 이어갈 예정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