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아무리 커도 동네 교회… 고난에 우는 자와 함께 울어야”

입력 2020-04-24 00:03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가 22일 교회 내부에 게재된 대형 ‘공감소비지도’ 앞에서 공감소비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80여 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해 공감소비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 소상공인에게서 물품을 구매한 뒤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음 달 31일 성령강림주일까지 ‘기쁨의 50일’간 진행되는 이 운동의 마중물이 된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를 22일 교회에서 만났다.

-공감소비운동이 본격화됐다. 성락성결교회는 어떻게 동참하나.

“지난 12일 부활절을 맞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지역 소상공인을 위해 공감소비운동을 전개했다. 당일 예배 후 1장에 1만원에 해당하는 지역 상품권 700장을 성도들에게 전달해 지역에서 식사하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지역 내 취약계층 130가정을 위한 생필품 상자도 마련해 전했다. 2개의 상자를 한 세트로 준비했는데 한 상자엔 김치, 다른 한 상자엔 참기름 고추장 과일 김 비누 치약 등이 담겼다.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물품 구입은 교회 근처 재래시장과 소상공인 사업체에서 이뤄졌다. 5월 31일까지 두 차례 더 생필품 상자를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 15일 성락성결교회 성도들이 교회 인근 재래시장에서 지역 내 취약계층에 전달할 참기름을 구매하는 모습. 성락성결교회 제공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핵심은 교회가 아무리 커도 본질적으로 ‘동네교회’여야 한다는 점이다. 교회를 중심으로 근처에 4개의 동이 있다. 장년 성도 8개 교구를 2개씩 배정해 교구별로 정해진 범위에서 공감소비운동을 펼쳤다. 성도들이 이해하기 쉽게 팸플릿과 교회 내 게시판에 ‘공감소비지도’를 게재했다. 식당에 가서 음식도 먹고 물건도 사고 구입한 물건을 이웃에게 기부하고 싶으면 교회에 가져와서 포장해 전달했다.

6년 전 ‘우리 마을 행복하게’란 프로젝트를 펼친 적이 있다. 공감소비운동과 비슷한 의미였다. 교회식당을 운영하는 대신 주변 식당을 이용하게 했는데 1개월 동안 7000여만원의 소비가 이뤄졌다. 매년 5월 진행하는 ‘꽃처럼 아름다운’ 캠페인도 5년째 이어지고 있다. 교회 앞 상권을 중심으로 길거리 청소를 하고 가게마다 꽃도 걸어준다. 모든 과정이 한 동네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로서 교회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지역 내 다른 교회도 동참하나.

“서울 성동구 안에서 교구협의회가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취약계층에 마스크를 전달하고 관내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료진 경찰관 공무원을 찾아가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그 바탕에 서로의 아픔과 희망을 나누는 ‘공감’이 있다.”

-공동체의 크고 작음을 떠나 교회가 위기의 시대에 이웃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공동체임을 새기도록 하는 게 지향점이라고 강조해 왔다.

“재정 문제는 둘째다. 우선순위에서 결코 첫 번째 자리에 올 수 없는 명제다. 예수께서 말하신 것처럼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주는 게 공감의 첫걸음이다. 교회가 아무리 성금을 많이 모아 전달한다고 해도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것에 견줄 순 없을 것이다.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든 온기가 담긴 말 한마디, 위로 한 번이 공감을 전한다. 공감을 전하는 크고 작은 교회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경제학자 갈브레이드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불확실성의 시대’ 마지막 장에서 ‘수많은 불확실성 가운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서로의 생명을 위해 공존하지 않으면 공멸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확실성과 불안을 넘어설 수 있는 게 공감과 연대의 힘이다. 교회가 더 견고하게 협력해야 한다. 거기에 공멸을 막을 해법이 있다.”

-지금도 고난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웃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있다면.

“사람은 외딴 섬이 아니며 당신의 주변에 누군가가 있음을 얘기해 주고 싶다. 예수께서 공생애를 통해 보여주셨던 것처럼 크리스천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고 이웃이 있다는 걸 기억하라’고 얘기해줄 수 있길 바란다. 미래 그 어딘가에 희망이 있기 때문에 찾아가는 게 아니라 희망하는 사람이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