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그린 영화 ‘저 산 너머’(포스터)의 흥행세가 심상찮다. 30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세계적인 흥행작 ‘어벤저스’ 시리즈가 주요 멀티플렉스에서 재개봉하는 가운데도 예매율 1위에 올랐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저 산 너머’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13.3%의 예매율로 예매율 정상에 올랐다. 2~5위는 ‘어벤저스’ 시리즈가 차지했다. 이 영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사다.
‘저 산 너머’는 최초의 한국인 추기경이자, 종교의 벽을 넘어 전 국민적 존경을 받았던 김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룬 첫 영화다. 동화 ‘오세암’으로 잘 알려진 고 정채봉 동화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지난했던 일제강점기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 신부보다 인삼 장수가 되고팠던 7살 소년 수환의 성장담을 그린다. 동화 같은 영상이 특히 돋보이는데, 수환의 마음속 신앙의 씨앗이 자리 잡는 과정이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함께 펼쳐진다.
영화는 아동·청소년 관객이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쉽고, 담백하게 진행된다. 보통의 위인전처럼 느껴지지 않아 더 교훈적이다. 철없는 유년기의 에피소드가 소소한 웃음을 주는 것은 물론 수환의 가족애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 한편을 울린다.
영화 ‘해로’로 주목받은 최종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약해온 연기파 배우 이항나 안내상 강신일 송창의 이열음 등이 극을 이끈다. 특히 2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아역 배우 이경훈이 활약이 대단하다. 이경훈은 깜찍한 얼굴과 성장통을 겪는 수환의 모습을 자연스레 오간다.
김 추기경의 아버지 역을 맡은 안내상은 지난 20일 진행된 영화 언론시사회에서 “김 추기경님은 단순한 종교인이 아니라 이 시대의 어른이었고, 우리가 따르고 싶은 삶이었다”며 “이 영화가 코로나19로 힘든 시민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