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와 겸손·사랑… 전염병 앞에서 교회가 나아갈 길

입력 2020-04-24 00: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이는 한국교회를 위해 원로 신학자 등 18명의 저자가 모여 저술한 책 ‘전염병과 마주한 기독교’(사진)가 23일 발간됐다. 로마 초대교회 역병과 종교개혁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 19세기 말 천연두 콜레라가 횡행한 한국의 초기 선교 역사 등을 살핀다. 이를 통해 회개와 겸손, 사랑의 실천과 사회적 책임이 전염병 앞에서 교회가 나아갈 길이란 점을 강조한다.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가 ‘기독교는 질병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란 글로 본문을 시작한다. 이 교수는 “병을 하나님의 심판이나 마귀의 역사로만 봐서는 안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해 성경의 온전한 생각을 따라가지 않는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님의 뜻 아래 삶의 온전한 의미를 찾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가운데 병을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이 우리의 죄에 대한 징벌인지 아니면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 시험인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상규 고신대 명예교수는 2~3세기 초대교회 당시의 역병과 중세를 무너뜨린 흑사병에 관한 고찰을 담은 2개의 글을 실었다. 이 교수는 특히 로마에서 박해받던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감염을 무릅쓰고 이교도들이 방치한 고통 속 이웃을 돌봤기 때문에 ‘파라볼라노이’ 즉 ‘위험을 무릅쓰는 자들’로 불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초대교회의 역병이 결과적으로 이교의 쇠퇴와 기독교의 성공에 기여했다는 주장은 오늘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준다”며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는 사랑의 실천이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그것이 곧 기독교의 참된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주도홍 백석대 은퇴교수는 마르틴 루터와 흑사병을, 노영상 전 호남신대 총장은 인수공통감염병과 동물보호 문제를 성찰했다. 크리스천 의료인인 이종훈 닥터홀기념성모안과 원장이 ‘의학적 관점에서 본 전염병’을 썼다. 이 원장은 “백신과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과 더불어 성도들은 더욱 간절히 기도하고, 크리스천 의사들은 치료에 힘쓰며, 욥이 그랬듯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를 눈으로 뵐 날을 기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편집을 총괄한 안명준 평택대 조직신학 교수는 “장 칼뱅도 흑사병 고통 속에서 죽음을 두려워 않고 과부 고아 노인들을 적극적으로 돌보는 구빈원을 후원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긴급 진단을 담은 이번 책의 후속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예배 회복과 교회의 사회적 책무를 다룬 저술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