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부모협회 도담도담 김미경 대표가 한부모가족 지원 사업을 시작한 건 딸의 영향이 컸다. 지난 14일 경기도 김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대표가 말했다.
“옆에서 (딸을) 봤잖아요. 양육을 같이해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많은 한부모들이 홀로 양육하고 있잖아요. 아이들 복지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는 “한부모들이 ‘나 힘들어요’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할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마음이 아팠다”며 “그들의 말에 공감하며 서로 위로가 되려고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도담도담 아이들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
한부모가족 복지로 눈을 돌리기 전에 김 대표는 딸과 함께 양육비 싸움을 하고 있었다. 딸은 이혼한 뒤 아이 아빠로부터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김 대표는 양육비 지급에 관한 강제조항이 없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딸과 함께 인터넷 카페를 만드는 등 분주히 뛰었다. 그러나 활동을 하면 할수록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김 대표는 “양육비 싸움과는 별개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카페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며 “한부모가정에 뭐가 필요한지 물었는데 1~2명씩 필요한 걸 얘길 하더라. 한 명 두 명 돕다 보니 점점 그 수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사모로서 그동안 구제 사역을 많이 해왔던 터라 이런 일에 익숙했다. 김 대표의 남편은 도담도담 공동대표인 정서호 도담교회 목사다. 김 대표는 “개척 때부터 새 성도가 들어오면 한부모인 경우가 많았다”며 “자연스럽게 사역도 한부모 중심으로 이뤄졌고 그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부모가족 복지의 필요성이 커지자 김 대표는 양육비 카페를 나와 지난해 3월 11일 도담도담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순우리말을 찾다 도담도담이라는 말을 알게 됐다. ‘아이들이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이라는 뜻이었다.
향기 박스 예수님의 향기를 나르자
김 대표가 도담도담을 만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향기 박스’를 나누는 일이었다. 김 대표는 “예수님의 향기를 나르자는 생각으로 향기 박스를 만들었다”며 “조그만 선물과 함께 그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넣어 보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어떤 분이 키다리 아저씨처럼 거금의 후원을 약속했다. 감사한 마음에 바로 그 내용으로 홍보를 했다. 순식간에 400명이 카페에 가입했다. 몰려드는 인원에 가입 승인을 잠시 보류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후원을 약속했던 분이 차일피일 미루면서 문제가 생겼다. 끝내 후원금을 받지 못해 카페가 난리가 났다. 회원 영입하느라 사기를 쳤다느니, 개인정보 유출하려고 속였다느니 항의 글이 올라왔다. 회원들에게 믿어 달라는 얘길 하면서도 김 대표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기업마다 전화를 돌려 도움을 요청하고 인스타그램으로 연예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하루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받았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가수 션이었다. 자세한 사정을 알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전화를 받는 내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며 “하나님의 위로함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하나님께서 어떤 방법으로든 하시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그때부터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정 목사가 속해 있는 한사랑선교회를 통해 극동방송에 출연했고, 사연을 접한 많은 분이 후원의 손길을 보내줬다. 향기 박스엔 애초 계획의 10배인 150만원 상당의 물품이 들어갔다. 김 대표는 “향기 박스를 받은 분들의 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정말 기적이 있었네요’라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며 “그때 믿음 잃지 않고 남아 주신 분들이 지금까지 도담도담에 힘이 돼 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디딤돌 도담도담에 당신의 삶을 기록해 놨으면 좋겠어요
23일 기준 도담도담 카페 회원은 1138명이다. 1년여 만에 네이버 대표 카페로 성장했다. 향기 박스는 매달 3~5가정에 15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하는 사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긴급생계연계는 물론 매월 9명의 아동에게 9명의 후원자를 연결해 장학금을 지원하는 ‘향기 장학금’, 매달 2번씩 열리는 ‘향기 장터’ 등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김 대표는 “사실 저희가 하는 건 재단이나 기업 등에서 후원 물품 보내주시면 한부모가정에 전달해 드리는 게 전부”라며 “기도하면서 위로하는 것, 작은 것이지만 그때그때 서로 토닥이면서 응원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들에게 도담도담에 각자 당신의 삶을 기록해 놨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며 “오늘 내가 힘든 게 뭔지 공유하고 내 삶이 묻어있는 곳으로 여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그렇게 서로 격려하며 하루를, 한 달을, 1년을 지내다 보면 아이가 어느새 자라 있더라”며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만이라도 포기하지 말고 견뎌달라”고 말했다.
김포=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