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남 1녀를 두고 있어요. 큰아들 키우기가 제일 힘들어요. 말도 제일 안 듣는다니까요. 딱 세 살이에요. 성장을 멈춘 미운 세 살.” 철없는 남편 때문에 여자들은 미친다. 오죽하면 가족소개를 이렇게 하겠는가. 아내들의 성토는 끝이 없다.
“왜 남자들은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죠. 반찬을 차리면 뚜껑을 열어놓은 것만 먹고 있다니까요. 변기 뚜껑은 늘 열어놓고, 물건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못 찾아요. 아파 누워 있는데도 밥 차려 달라질 않나. 한참 자는데 물 달라고 깨우질 않나…. 정말 미치겠어요.”
성토 속에 상한 감정이 배어 나오기 시작한다. 목소리 톤도 올라간다. “며칠 전엔 차 사고가 났어요. 첫 마디가 ‘차 괜찮아’에요. ‘당신 괜찮아’라고 물어야 하지 않나요. 서운해서 한마디 했더니 사고 내놓고 뭘 잘했다고 큰 소리를 내느냐고 눈을 부라릴 때는 집을 확 나가버리고 싶었어요. 젊을 때는 성질만 있더니 나이 들어서는 쪼잔함, 삐짐, 뒤끝, 갑질까지 있어요.”
이러니 남편은 ‘남의 편’이라는 소리 듣는 것 아닌가. 속이 뒤집힌다. 남편 개조사업에 뛰어든다. 주먹을 불끈 쥐고 구호를 외친다. “나는 남편을 변화시키라는 역사적 소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안다. 변화되는 것보다는 죽는 것을 기다리는 게 빠르다는 것을. 변화시키려고 죽을 힘을 다하지만 변화되지 않는다.
속상하고 화가 난다. 억울하고 슬프다. 절망하다가 우울하고 무기력해진다. 하나님까지 원망한다. 상한 감정들이다. 자식들 불쌍해서 견뎌내고 버텨내고 참아낸다.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이다 넘쳐난다. 괜찮은 척한다. 아니 괜찮은 줄 안다. 사실은 안 괜찮다. 아프다.
여성들의 역할이 어디 아내 하나뿐인가. 엄마 딸 며느리 시어머니 사모 집사 권사 선교사……. 위의 불행 도식은 똑같이 적용되니 역할의 숫자만큼 행복하지 않은 이유도 늘어간다. 악성 바이러스가 집안에 퍼진다. 아이들과 남편까지 온 가족이 전염된다.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으로 찾아온 수많은 여성을 만났다. 심장이 찢겨 나가는 고통이었다. 우산이 비를 맞고 있다. 그런데 우산은 우산이 없다. 누군가 우산을 씌워줘야 했다. 상처와 행복은 함께 갈 수 없다. 상심한 자들을 고치시며 그들의 상처를 싸매시는 분이 계시다.(시 147:3) 여성들을 위한 치유와 회복 축제 ‘러빙유’(Loving you)는 그렇게 탄생했다. 2016년 12월의 일이다. 러빙유는 한평생 ‘누구누구의’로 엄마와 아내로 살아오면서 누군가의 무릎이 되어주느라 지친 여성들을 주님의 무릎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초대장이다. 나비(나로부터 비롯되는)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여자가 행복한 길)이다.
여성 맞춤형 주제 5개가 흐른다. 첫날, 첫 시간! 나를 돌본다. 없던 힘 짜내며 힘껏 달려왔다. 더 달릴 힘이 없다. ‘힘들면 힘내지 마세요!’ 따뜻한 한마디는 영혼의 쉼표다. 첫 번째 주제는 자아상의 회복이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난다. 하나님이 그려주는 자아상을 만난다. 하나님의 감탄사를 선물 받는다.
두 번째 주제는 쓴 마음의 치유다. 나쁜 게 아니라 아픈 거였다. 악한 게 아니라 약한 거였다. 마침내 용서를 완성한다. 노예가 아닌, 자유인이 된다. 세 번째 주제는 관계 건축가다. 변화시켜 사랑하는 법이 아니라 사랑해서 변화시키는 지혜를 터득한다. 네 번째 주제를 만나며 갱년기 호르몬으로부터 탈출한다. 마침내 상처가 사역으로 거듭난다. 끝까지 사랑해야 할 이름을 부른다. 소명자로 세워진다.
러빙유가 시작되면 전국 각처에서 50여명 동역자들이 모여든다. 러빙유의 열매이자 전문사역자들이다. 상처받은 피해자에서 상처 입은 치유자로, 상처 입은 치유자에서 치유한 치유자로 우뚝 선 이들이다. 어미의 품이 돼 하나님의 심장으로 품는다. 죽어가던 영혼이 살아난다. 기쁘다. 이러한 ‘초자연적 기쁨’(Supernatural Joy)의 맛을 알기에 러빙유에 중독돼 사는 사람들이다.
러빙유는 지난 14년 동안 69차에 걸쳐 1년에 5~6회 진행됐다. 한국에서 시작해 홍콩 아르헨티나 중국을 거쳐 현재는 매년 6월 미국 워싱턴 D.C 근교에서 진행된다. 30여명에 이르는 미주후원 이사들의 자원봉사는 미주 러빙유의 강력한 힘이다. 탈북여성 타종교인 선교사 한부모 등 참가자의 폭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적과 같은 치유와 회복의 이야기는 책 ‘결혼한 여자도 힐링이 필요해’(두란노, 2015년)로 출간됐다. 이 책은 러빙유 교과서다. 각종 언론도 집중 조명하며 이 아름다운 스토리를 전했다.
한 여성은 고백한다. “내려가고 떨어지고 한없이 추락하다 걸레가 된 것 같은 나……. 무겁던 나를 나비처럼 만드신 아버지! 나도 그렇게 날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합니다.”
소설가 최인호씨가 남긴 말이 떠오른다. “하나님께서 나를 낭떠러지로 부르시는 것은 내게도 날개가 있는 천사라는 것을 깨우치기 위해서다.” 벼랑 끝은 절망의 종착지가 아니다. 행복의 날갯짓이 시작되는 출발지다. 새삼 날개가 있음에 감탄한다. 날 수 있음에 감동한다.
누에 고치 속의 애벌레에서 나비로 화려하게 변신해서 날갯짓하며 날아오른 러빙유의 여인들이 속삭인다. “성질, 쪼잔, 삐짐, 뒤끝, 갑질 쯤이야.....”
여성, 행복으로 춤추는 세상이 열린다.
송길원-김향숙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