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영주권 발급을 60일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밤 트위터로 공개한 ‘이민 중단’ 방침이 영주권 발급 일시 중단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 때문에 실직한 미국인들의 자리가 이민자들로 대체되는 것은 잘못됐고 부당하다”며 “미국이 다시 열릴 때 취업전선의 맨 앞줄에 미국인들이 설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명령은 영주권을 신청하려는 개인들에게만 적용된다”며 발급 중단 기간의 연장 여부는 경제 여건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오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오늘 이민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최근 한 달간 최소 2200만명이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명령이 발효되면 미 영주권자의 친척이나 취업 제의를 근거로 영주권을 획득하려는 대다수가 영주권을 발급받지 못하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가 외국인 수만명의 미국행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영주권은 초창기 증명서 색깔을 따 ‘그린카드’로도 불린다. 영주권이 있으면 기간 제한 없이 미국에 거주하고 취업할 수 있다. 2018년 10월부터 1년간 미국은 약 100만건의 영주권을 발급했다. 2018년 미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영주권 발급자의 70%는 미국 내에 친인척이 있었고, 채용을 근거로 한 영주권의 80%는 이미 미국에 거주 중이던 이들에게 발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부실 대응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전격적으로 영주권 발급 중단 카드를 빼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반이민 이슈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이민자협회는 트위터에 “트럼프의 결정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코로나19 사망률과 감염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본질을 흐리고 국가를 분열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국가이민포럼도 “미국 내 보건 인력의 17%, 간병인의 24%가 이민자”라며 “대통령이 희생양을 찾아다니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는 “최고 외국인 혐오자”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가 즉각 창출될 것이라며 반기는 목소리도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