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설득에 홍남기 고집 꺾어… ‘개인 선의에 의존’ 비판도

입력 2020-04-23 04:01
조정식(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2일 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당정이 합의한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발표한 조 정책위의장은 미래통합당을 향해 신속한 지급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여당과 야당, 정부 간 지루한 ‘삼각 핑퐁게임’이 계속된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당정청이 22일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준 뒤 기부를 통한 ‘자발적 반납’을 유도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속한 처리를 주문했고,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여야 합의 시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재난지원금 소득하위 70% 지급이냐, 전 국민 지급이냐를 둘러싸고 팽팽한 이견을 보였던 당정이 사실상 의견을 모은 것이다. 다만 정부는 야당과의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미래통합당에 공을 넘긴 것이다. 하지만 통합당이 합의에 따른 구체적인 수정 예산안을 가져오라며 다시 공을 정부에 넘겨 향후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계속 줄다리기하던 당정이 절충안을 마련한 배경에는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과 함께 재난지원금 지급이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당정 갈등이 점차 더 부각되고, 통합당이 “당정 합의가 먼저”라며 때아닌 정부 편을 들고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준 뒤 자발적인 기부를 받자는 아이디어는 민주당이 이전부터 고려하던 방안 중 하나였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고위 당정청 회의 때 이를 공식적으로 제안했고,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최종 결단에 결정적 역할을 한 건 정 총리다. 당시 회의에서 “한번 해볼만하다”고 언급했던 정 총리는 지난 21일부터 홍 부총리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가 ‘당정의 이견을 오래 끌어선 안 된다’”고 설득했고, 22일 오전 당정협의와 더불어 청와대와도 최종 조율을 거치며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원 대상 확대에 따른 재정 악화 책임을 특정 계층에 지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 문제를 국민 개인의 선의에 기대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주장은 구체성이 없다”며 “(민주당이) 정부와 협의가 됐다면 하루빨리 수정 예산안을 제출해 달라”고 했다. 김 의장은 “정부가 (여당 방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보도되는데 어떤 협의인지 내용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예산편성권자가 아니다. 민주당 요구는 국회 예산심사 과정이나 헌법 질서에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도 했다.

김 의장은 자발적 기부안에 대해서도 “자발적 기부를 어떻게 받겠다는 것이냐”며 “캠페인을 하겠다는 것인지, 국채보상운동을 하겠다는 것인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국채 발행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원칙”이라며 “통합당은 총선 때도 국채 발행을 해서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정이 입장을 정리하기 시작하니까 (통합당이) 수정 예산안을 들고 오라며 전례 없는 이야기를 한다”며 “안 해주려고, 시간 끌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정책위의장도 “수정 예산안을 다시 짜오라는 이야기는 시간을 질질 끌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재희 김이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