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내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며 발행하고 있는 지역화폐와 재난지원금이 은밀히 거래되고 있다. 지역상인들은 단골손님의 현금화(속칭 현금깡) 요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추후 지급될 정부의 재난지원금도 본래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오전 8시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사랑상품권 100만원어치 판매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곧 “92만원에 거래할 의사가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 글은 1시간도 되지 않아 삭제됐다. 해당 사이트가 지역화폐 현금거래 부작용을 막겠다며 상품권 거래를 제한하겠다고 밝히자 판매자와 구매자가 게릴라식으로 접촉한 뒤 글을 삭제한 것이다.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지역화폐를 현금으로 교환하자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개 10~20%를 할인해 현금으로 거래하는 식이다. 상품권을 파는 사람들은 이사 등을 이유로 대거나 현금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한다.
지역화폐를 사고파는 행위는 오프라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재난지원금이 풀린 이후 ‘현금깡’을 요구하는 전화를 10여통 받았다”면서 “단골이 요구하면 거절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슈퍼마켓 관계자는 “사실 깡은 자영업자 입장에서 손해 볼 것은 없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물건은 팔리지 않고 돈만 오가는데 소비 효과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행위는 중간 유통업자가 비정상적인 소득을 올린다는 점에서 지역화폐의 공급 취지에 어긋난다.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지급한 선불카드를 현금화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불법 할인(깡)은 반드시 막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부정 유통 시 관련자를 처벌하고 금액을 전액 환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난기본소득을 사고팔거나 광고하는 것은 징역 3년과 벌금 2000만원이 부과될 수 있는 중범죄”라며 “허용하거나 방치한 거래장터 운영자도 공범으로 처벌된다”고 밝혔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