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월성 1호기 영구 정지에 대한 이해

입력 2020-04-23 04:04

과거와 달리 전자, 의료, 자동차, K팝, K컬처 등의 분야에서 우리는 해외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일부 산업 부문의 기술들은 세계를 견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에너지 분야에 한정해 보면 해외 사례들이 하나의 기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는 우리의 경제성장이 선진국을 지속적으로 따라잡으며 이뤄왔다는 경험이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봄에 캐나다 온타리오전력공사(OPG)는 달링턴 원전 2호기를 재가동한다고 발표했다. 월성 1호기보다 약 10년 후 가동을 시작해 비교적 최신 원전인 달링턴 4개 호기에 약 11조원 규모의 설비개선 작업을 해 앞으로 30년 이상 계속운전을 하겠다고 했다. 이 하나의 사례만으로 OPG사가 모든 원전에 대해 동일한 방침을 적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원전에 대해서는 폐쇄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OPG사는 피커링 A 1∼4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해 약 9000억원을 들여 4개 호기의 압력관을 교체했고, 그 가운데 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1, 4호기를 대상으로 추가 설비보강을 했다. 그러나 설비개선 비용이 크게 증가하게 되자 경제성 저하, 장기간 가동 정지에 따른 여론 악화 등을 이유로 2005년 이사회 의결을 통해 잔여 수명이 남아있는 2, 3호기의 영구정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1, 4호기도 2022년에 영구정지하기로 예정했다.

캐나다 하이드로퀘벡사도 경제성 등을 이유로 중수로 원전 젠틀리 2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하이드로퀘벡사는 월성 1호기와 비슷한 시기에 가동을 시작한 젠틀리 2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해 설비개선을 추진했다. 그러나 착수 시점에 약 1조9000억원으로 예상됐던 설비보강 비용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자 설비개선 작업을 중단했다.

캐나다의 모든 원전들이 설비개선으로 계속운전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OPG사의 달링턴 원전처럼 대규모 비용을 들여 계속운전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이드로퀘벡사의 젠틀리 원전이나 OPG사의 피커링 원전처럼 경제성이나 정부의 원전정책에 따라 폐쇄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의 여건, 전원 구성, 국민 수용성, 해당 시점의 세계 동향 등의 직면 상황에 따라서 다른 의사결정을 한다.

원전의 계속운전은 우리 에너지정책에서, 그리고 중장기 전원 구성에서 하나의 대안으로서 역할을 갖는다. 대안으로서 원전의 계속운전을 선택할 수 있으려면 다른 발전원을 고려한 대안의 발전비용과 비교해 원전 계속운전의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해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할 때 에너지 전환정책, 사회적 수용성,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월성 1호기 계속운전 무효소송 판결은 의사결정에서 주요하게 고려됐던 것으로 보인다. 월성 1호기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적자 규모는 약 1000억원으로 우리나라 원전 노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수로 원전과 비교해 경제성이 낮다. 2018년에 월성 1호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경주·포항지진 등에 따른 환경 변화 속에서 장기간 가동 정지된 상태였고, 가동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웠다. 경제성, 안정성, 불확실성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사항들과 우리가 처한 사회적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OPG사의 달링턴 원전 2호기 재가동 결정과 하이드로퀘벡사의 젠틀리 원전 및 OPG사의 피커링 원전 조기 폐쇄 결정은 우리에게 유용한 사례들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중 하나의 사례가 전체로 해석될 수는 없다. 각각의 의사결정이 내려진 배경 및 상황을 파악하고 우리에게 보다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참고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과거에서 이어지는 오늘을 살고 내일을 준비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의사결정을 할 때 해외의 사례를 통해 예습하고, 과거가 아닌 현재 시점의 정치·사회적 여론, 정책 기조 등을 유연하게 반영해 우리에게 최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