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에도 국내 코스피지수가 1% 가까이 반등하며 1890선을 회복했다. 3거래일 연속 ‘사자’ 행진을 벌인 개미들이 지수 방어의 견인차로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유가 급락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동학개미’들의 투자 의지는 꺾이지 않은 셈이다.
2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77포인트(0.89%) 오른 1896.15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투자자는 이날 3169억원어치를 사들이며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이후 개인이 사들인 금액은 1조7653억원에 달한다. 3거래일 연속 ‘팔자’로 맞섰던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도 378억원으로 둔화되면서 약세로 출발했던 지수는 상승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6.39포인트(1.02%) 오른 635.16에 장을 마쳤다.
‘유가 쇼크’에도 개미들의 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거운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45조원까지 치솟았다. 신용융자 잔고, 위탁매매 미수금 등을 더하면 증시 주변을 맴도는 자금은 모두 142조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4·15 총선 이후 부동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 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묻지마 투자’에 대한 경고음도 높다. 특히 국제유가 급락에도 시세 차익을 노린 개미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23일부터 이틀간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및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에 대한 매매거래 정지를 예고했다. 이들 ETN은 실제 가격보다 900%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등 투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는 이례적으로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만류에 나섰다. 거래소 관계자는 “WTI 레버리지 종목은 WTI 선물 가격이 50% 이상 하락할 경우 투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될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가 절대로 장기 투자해선 안 되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