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라더니… WHO “외출대신 게임하자”

입력 2020-04-28 17:29
세계보건기구가 펼치는 캠페인 ‘플레이 아파트 투게더’ 포스터. 유니티 제공

지난해 게임을 질병 코드로 등록한 세계보건기구(WHO)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테드로스 아드놈 게브레에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집에 있는 동안 음악 감상, 독서 또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WHO는 지난 1일부터 ‘게임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자(#PlayApartTogether)’며 게임 장려 캠페인을 시작했다.

WHO는 지난해 5월 만장일치로 게임 과몰입을 질병이라 규정하며 국제질병분류 제11차(ICD-11) 개정판에 게임이용장애 코드를 부여했다. 당시 국내 게임 업계는 “현대판 마녀사냥의 희생양”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게임 과몰입 문제를 흔히 중독이나 질병이라고 표현하는데 게임에 굉장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건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1년여만의 태세 전환을 일단 게임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코로나 정국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꿀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PlayApartTogether 캠페인에 다수의 게임 개발사들이 적극 참여 중이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액티비전 블리자드, 라이엇 게임즈, 유니티, 트위치 등 글로벌 게임 관련 업체 18곳을 비롯해 56개 이상의 기업들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자사의 인기 게임을 무료로 배포하거나 게임 내 이벤트 및 보상 등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고 있다.

게임 업계는 캠페인 참여와 더불어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의료계 지원을 위해 성금 기부, 스트리밍을 통한 기부 릴레이 등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NC, 넷마블, 넥슨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코로나19 확대 방지 및 피해 복구 등을 위해 20억 원의 성금을 기부했다. 컴투스는 감염병에 노출되기 쉬운 신생아들을 위해 ‘서머너즈 원: 천공의 아레나’의 전 세계 인플루언서들과 유저들이 함께 한 ‘릴레이 기부 챌린지’ 이벤트를 진행했다.

e스포츠 선수 및 구단 또한 손발 벗고 나섰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23 T1), ‘비디디’ 곽보성(21 젠지e스포츠) 등 많은 선수들이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한편, 게임 과몰입에 대한 WHO와 보건복지부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며 냉소적으로 현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오는 2022년 1월부터 각국에 권고 효력이 발생하는 ICD-11의 국내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복지부는 이번 캠페인 참여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는 “WHO는 게임을 질병 취급하더니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이 발생하자 게임을 권장하고 있다”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또다시 게임을 질병으로 치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창완 쿠키뉴스 기자 lunacy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