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프로 스포츠가 모두 멈춰선 가운데 e스포츠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가 e스포츠 인기 상승과 더불어 국내 e스포츠 산업 성장에 뜻밖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10일(한국시간) “코로나19 발생 뒤 e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적어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2020 우리은행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평균 시청자 수는 21일 기준으로 20만3635명을 기록, 지난해(12만6127명)보다 약 8만 명 늘었다. 누적 시청 시간 역시 5853만 시간으로 3544만 시간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2309만 시간이 늘었다.
LCK는 최근 6시즌 동안 10만 명 안팎의 평균 시청자수를 기록했다. 시즌별 한 경기 최다 시청자수는 달랐지만 평균 시청자수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업계는 각종 스포츠 리그가 중단되면서 경기에 목말랐던 기존 스포츠팬들이 e스포츠로 눈길을 돌렸다고 보고 있다.
물론 e스포츠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 2월5일 무관중 경기로 개막한 LCK 스프링은 선수 및 관계자들의 안전을 위해 3월6일 리그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3월25일부터는 경기장 대신 각 팀 숙소에서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경기 후 선수 인터뷰 등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LCK 아레나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결승전까지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시즌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평소 두루 스포츠를 즐기는 조태호(29)씨는 “e스포츠만의 강점을 보여준 것 같다. 스포츠가 모두 중단되면서 무료했는데 e스포츠라도 정상적으로 진행돼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코로나19 이후 e스포츠의 위상이 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국내 e스포츠 시장만 해도 벌써부터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마케팅 타깃이 됐다.
세계적인 e스포츠 스타 ‘페이커’ 이상혁(23)이 속한 T1(SK 텔레콤 T1 CS 주식회사) LoL 게임단은 나이키에 이어 최근 독일 자동차 기업 베엠베(BMW)와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도 올해만 로지텍G, 클레브, 원스토어 등 국내외 약 10개 기업, 브랜드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불과 4개월 만에 지난해보다 5배 증가한 스폰서십 매출을 확보했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e스포츠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경기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시대상황 속에서 대중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급부상했다”며 “게임 및 e스포츠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개선뿐만 아니라,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산업구조 속에서 e스포츠가 콘텐츠 파워를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대찬 쿠키뉴스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