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해고 안해야 지원한다

입력 2020-04-23 04:01 수정 2020-04-23 10:04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과 조선, 자동차 등 기간산업에 40조원 넘는 안정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공공·청년 분야 일자리 55만개도 만든다. 무급휴직자와 실업자 지원을 위해 10조1000억원의 고용안정 대책 자금도 투입한다.

이른바 ‘한국판 뉴딜’인 셈인데, 기업 자금 지원에 전제조건이 붙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금 지원을 받는 기업은 일정 기간 직원을 해고할 수 없다. 또 자금을 상환하기 전까지 기업 임원 등에 대한 고액 연봉 지급 등이 제한되고, 정상화된 이후에는 주식 등으로 이익을 사회에 일정 부분 환원하도록 했다.

정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일자리 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조성키로 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은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전력·통신 등 7대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지원된다. 국가 토대를 담당하는 기간산업이 무너지면 ‘고용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조치다.

눈길을 끄는 건 지원 전제조건이다. 자금 지원을 받는 기업은 ‘자구 노력’과 ‘고용 유지’, ‘이익 공유’를 준수해야 한다. 6개월 등 일정 기간 ‘고용 총량’을 유지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가산금리나 지원자금 감축·회수 등의 벌칙이 부과된다.

앞서 미국과 독일 등도 코로나 사태에 직면하자 자금을 수혈받은 기업에 ‘고용 총량 90%’ 유지 등의 제도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사실상 이를 정부가 벤치마킹한 셈이다.

정부는 또 기업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방지를 위해 지원 자금을 전액 상환할 때까지 고액 연봉(퇴직금·성과급 포함)을 제한하고 배당, 자사주 취득 등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정상화 이익 공유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일례로 총 지원 금액의 일정 부분(15~20%)을 주식연계증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우선주 등으로 지원하는 식이다. 일정 조건 하에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 등이 부여되면서 경기 회복 후 기업이 얻을 이익을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무급휴직자에 대해서는 3개월간 매달 50만원씩 총 150만원을 지원한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별고용·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직급여 지원 대상을 49만명 추가해 실업자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근로자 생계비 융자도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고용·기업 지원 총 규모가 약 9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발표한 일자리 대책의 큰 흐름은 과거식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살리기, 고통 분담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며 “정리해고를 통한 기업 살리기가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찬 임성수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