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개막을 확정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일본 프로야구의 개막이 요원한 와중에 한국은 전 경기를 소화할 계획을 세울 정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통제 상황이 안정적이어서다. 하지만 막상 프로야구 현장에선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빡빡한 경기 일정이 자칫 선수들의 부상 가능성을 높이고 경기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0 KBO리그 연습경기에 앞서 “현장 감독들이 경기 수가 많다고 수없이 얘기했는데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이사회가 잘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KBO는 같은 날 이사회에서 11월 28일 한국시리즈 종료를 목표로 다음달 5일부터 팀당 144경기를 전부 치르기로 결정했다. 3월 28일이었던 당초 개막 시점보다 1달 넘게 일정이 밀려 7월 예정됐던 올스타전과 휴식기도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처음으로 없애기로 했다. 시즌 중 리그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3주 정도 리그를 중단해야 하기에 경기 수 축소는 미리 논의하지 않고 불가피한 상황이 생겼을 때가 돼서야 논의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외 다른 변수들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현장 반응이 많다. 개막이 한 달 밀린 데다 휴식기도 없어 이미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 만약 올해 장마철이 길어진다면 선수들은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시즌 중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될 경우 선수들은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까지 치러야 한다. 빗줄기가 들쭉날쭉해 경기 취소여부가 빨리 결정나지 않을 경우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몇 시간 동안 마냥 기다려야 한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KBO리그 상황을 고려할 때 선수들의 컨디션·체력 저하와 이에 따른 부상이 예상된다.
김 감독은 “일반적인 시즌에도 144경기는 현장에서 항상 많다고 생각했다”며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가 많아질 텐데 솔직히 감독이야 경기를 하면 되지만 선수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굉장히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류중일 LG 감독도 “올스타 브레이크는 선수단의 재충전 시간이다. 휴식기가 없으면 시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도 최근 144경기 강행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KBO리그에 대한 외부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미국 CBS스포츠는 21일(한국시간) ‘5월 5일 개막하는 KBO리그에 대해 알아야할 모든 것’이란 보도를 통해 KBO리그를 조명했다. 보도엔 팀 수나 경기 수 같은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최근 5년 간 3번의 타이틀을 따낸 두산이 현재 최고의 팀’이라거나 ‘2019년 184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29를 기록한 KIA 타이거즈의 좌완 양현종이 최고의 투수’란 구체적인 정보가 포함됐다.
일본 주니치스포츠도 이날 오치아이 에이지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을 인터뷰한 기사에서 “바다 건너 이웃나라에는 야구소리가 들린다”며 “한국은 코로나19 격퇴에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KBO는 일본 프로야구의 6주 후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고 전했다.
심지어 미국 ESPN은 이달 초 KBO에 올 시즌 리그 중계까지 문의한 상태다. 실시간 중계가 될지 하이라이트 중계가 될 진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미국 시장에 전파를 탈 경우 KBO리그의 위상도 한 층 높아질 수 있다. KBO 관계자는 “ESPN에서 리그 중계권을 협상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며 “리그를 재개하느라 바빠 아직까지 협상 초기 단계”라고 전했다.
이처럼 한창 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 KBO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다. 팬들은 모든 팀들이 매 경기 포기하지 않고 전력을 다 하길 원한다. 이는 유입될 해외 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쉴 틈 없이 열릴 경기에서 각 팀은 현실에 맞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김 감독은 “팬들을 위해 야구를 한다지만 감독 입장에선 다음 경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더블헤더가 열리면 승리조가 매번 투입되진 못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경기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