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 반도체 비관론 커진다

입력 2020-04-22 19:03
연합뉴스TV 제공

코로나19 확산 여파에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1분기 실적 전망은 어둡지 않다. 하지만 사태 장기화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하반기 반도체 시장이 역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23일 공개되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을 두고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높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가 1분기 매출 6조8680억원, 영업이익 5091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속적인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직전 분기 영업손실 1182억원을 냈던 것과 대비된다.

앞서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은 55조원, 영업이익은 6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어나 시장 예상치였던 6조원을 상회했다.

하지만 1분기 실적에는 북미·유럽 시장 등의 글로벌 소비 위축, 거점 생산기지 폐쇄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남미와 인도 등에서도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반도체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9% 감소했다.

시장조사기관을 중심으로 부정적 전망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IC인사이츠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8% 성장할 것으로 지난 1월 전망했다. 하지만 3월 들어 3% 감소, 이달 들어 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D램익스체인지는 코로나19가 하반기 서버 공급 일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고, 가트너 역시 올해 반도체 판매가 지난해보다 0.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가 두드러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서버용 D램 수요가 늘어났지만 하반기 이마저도 감소세로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페이스북은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앨라배마 데이터센터 건립과 아일랜드 데이터센터 확장을 일시 중단했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 일반 소비자용 D램 수요 감소 요인도 크다.

어두운 전망 속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라인 신·증설 계획을 이어가며 ‘포스트 코로나’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외 유일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인 중국 시안 2공장의 내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증설작업을 위해 22일 국내 기술진과 협력업체 직원 200여명을 전세기로 긴급 파견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경기도 이천 M16공장을 올 하반기 준공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연말까지 스마트폰·가전 등 IT기기의 글로벌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산업 전반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