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나가 있던 아버지가 돌아오며 우리 가족은 춘천으로 이사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할머니는 딸만 낳아 집안에 대가 끊겼다며 맏며느리인 어머니를 심하게 구박하고 툭하면 밥상까지 뒤엎었다. 주사가 심한 삼촌은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수시로 뺨을 때리며 동생과 나를 늘 공포로 몰아넣었다. 결국 삼촌의 폭력으로 아버지와 삼촌은 옷이 찢어질 정도로 싸웠고, 그때부터 나는 집을 나와 친구 집에서 생활하며 학교에 다녔다. 그래도 나는 친구들과 세상을 마음껏 즐기며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건설회사에 취업했지만 부모님 용돈 한 번 드리지 않고 여전히 세상 낙에 빠지다가 20대 중반에 결혼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다시 친구들과 어울리며 밤새 술을 마셨다. 이런 사실을 안 친정 부모님은 아이들을 봐주지 않으셨고, 나는 아이 둘을 데리고 호프집에 다녔다. 남편은 운동에 빠졌고 나는 술과 친구에 빠져 완전 남남 같은 생활을 이어갔다.
그래도 아이들 교육에는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어느 날 집에 오는 영어과외 선생님이 매일 술에 젖어 있는 내게 예수님 얘기를 했다. ‘멀쩡하게 생긴 선생님이 교회에 너무 빠졌네.’ 한 쪽 귀로 흘려버렸지만 다음날 교회에 같이 가자는 부탁에 ‘혹시 내 삶이 변화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심에 한마음교회에 따라갔다. 말씀은 들리지 않았지만 또래 젊은 엄마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식사하며 예수님을 믿고 변화된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열려갔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 ‘죄’라는 말씀에 화가 나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몰라 안 믿었는데 왜 그게 죄냐’고 따졌다. 그런 내게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고 하나님께서 성경대로 이 땅에 오셨는데 그가 바로 예수님이라는 말씀을 찾아 설명해줬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이 되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고 3일 만에 부활해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다고 하는 순간 30년의 지난 삶이 보이며 예수님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 온 몸에 피투성이가 된 고통을 참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사랑이 부어지니 바로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가 주인 된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영접하니 바로 삶이 달라졌다. 음주가무를 버리고 성경책을 잡고 아이들에게 예수님 얘기를 해 주었다. 친구들은 변한 내가 적응이 안 된다며 하나둘 멀어지기 시작했지만 친정 부모님은 나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았고 달라진 내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도 교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동생이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할 때는 정말 날아갈 듯 기뻤다. 하지만 건장하시던 시아버님의 대장암 말기라는 충격적 소식을 들었다. 위급한 상황이 되자 교회에 중보기도를 부탁하고 다시 간절히 복음을 전하며 “아버님이 주인 되어 살았던 죄를 회개하시고 예수님을 마음에 주인으로 영접하세요” 했더니 눈동자를 껌뻑거리고 나서 임종하셨다. 발인날 마지막 얼굴을 보는데 너무 놀랐다. 아버님의 입이 귀에 걸릴 듯이 환하게 웃으며 누워 계셨다. 순간 천국에 가셨다는 확신에 기쁨의 눈물이 나왔다. 나와 동생을 괴롭혔던 삼촌도 한자리에 앉아 식사하며 멋쩍게 “너를 그렇게 변화시킨 예수님이 참 대단하신 분이네” 하신다. 주님과 동행하며 찬양과 예배, 복음을 전하는 매일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 대책 없던 나를 변화시켜 주시고 매일매일 감격의 삶을 살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정경화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