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은 22일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결정했다.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앞세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도 안 됐지만, 과거 비대위들의 잔혹사를 이을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통합당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 시절까지 포함하면 최근 10년 동안 일곱 차례 비대위가 들어섰고, ‘김종인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면 8번째 비대위가 된다.
비대위의 성패는 결국 전폭적인 권한이 주어졌느냐 여부에 달렸다. 2011년 12월 한나라당의 ‘박근혜 비대위’는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전권을 휘두르면서 쇄신에 속도를 냈다. 당명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세 차례의 비대위는 사실상 연이어 실패했다는 평가다. 세 차례 비대위의 혁신 실패가 이번 21대 총선 참패의 씨앗을 잉태했다는 반성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122석 확보에 그쳤다. 그해 김희옥 전 헌법재판관을 위원장으로 세운 비대위가 당 혁신 임무를 맡았다. 친박과 비박 갈등 속에 ‘김희옥 비대위’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2개월 만에 간판을 내렸다. 계속된 친박과 비박의 갈등은 이후 보수 분열로 이어졌다.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새누리당은 인명진 목사를 영입, 비대위 체제를 꾸렸다. 당시 ‘인명진 비대위’는 탄핵 책임을 물어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에게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렸다. 당명도 자유한국당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인명진 비대위도 친박계 저항에 근본적 쇄신엔 실패하면서 3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탄핵 후폭풍으로 한국당은 2017년 5월 대선에서 패했다.
한국당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참패 후 ‘김병준 비대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당내 기반 한계로 혁신을 이뤄내지 못했다. 직후 ‘황교안 체제’가 출범했고, 이번 총선 참패로까지 이어졌다.
인 목사는 국민일보 통화에서 “나와 김 전 위원장처럼 외부 영입 인사는 결국 희생양이 될 뿐”이라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당에서 젊은 사람을 내세워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MBC 라디오에서는 “김 전 위원장은 가셔서 혹시 봉변당하는 것 아닌가, 난 개인적으로 굉장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세연 통합당 의원은 “현재의 기반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며 “비대위가 당 해체라는 강도 높은 처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