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이후 여권의 권력 재편 중심축은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이다. 사실상 선거 사령탑 역할로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이 위원장은 21대 총선의 최대 승자로 평가받는다. ‘정치 일번지’ 서울 종로 승리로 차기 대선 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최장수 총리로 쌓은 이미지와 높은 지지율로 형성한 ‘이낙연 대세론’을 어떻게 당내 인적 기반 확대로 이어갈지 관심이다.
정치권에서는 ‘자기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이 위원장의 약점으로 꼽는다. 이 위원장 스스로도 “약점은 (과거에) 다수 정당(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고 소수 정당(민주당)에 남았더니 지금까지도 소수파인 것, 정치인들과 뭉쳐 다니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낙연계’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손에 꼽힌다. 우선 이 위원장의 옛 지역구를 이어받은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 있다. 2014년 이 위원장이 전남지사에 출마했을 때 이 의원을 자신의 지역구 후임자로 소개했다고 한다. 오영훈 의원(제주 제주을)도 적극적으로 이 위원장을 돕고 있다. 이 위원장은 유튜브를 통한 총선 지원유세에서 오 의원을 언급하며 “저와 형제처럼 지내는 참으로 좋은 친구”라고 밝힌 바 있다. 동교동계 막내 격인 5선 설훈 의원(경기 부천원미을)도 이 위원장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향후 관심사는 ‘신 이낙연(NY)계’를 구축하느냐에 있다. 먼저 이 위원장이 총선에서 후원회장을 맡아 당선에 힘을 보태준 22명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재선그룹에는 강훈식(충남 아산을) 김병욱(경기 성남분당을) 백혜련(경기 수원을) 고용진(서울 노원갑) 정춘숙(경기 용인병) 의원 등이 있다. 모두 계파색이 옅은 인물이다. 강 의원과 김 의원은 2010년 민주통합당 시절 이 위원장과 당직을 함께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맡았는데 그때 강 의원과 김 의원은 각각 정무특보, 정책특보를 지냈다.
초선그룹의 마음을 잡는 것 또한 이 위원장에게 중요하다. 민주당의 초선 의원 68명(비례 포함 시 85명)이 8월 전당대회에서 ‘캐스팅 보터’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소병철(전남 순천) 이탄희(경기 용인정) 김용민(경기 남양주병) 이소영(경기 의왕·과천) 문진석(충남 천안갑) 등 초선 당선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위원장 측은 “후원회장을 맡았던 후보들의 경우 이낙연 계보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호남에서 3선을 하고 전남지사 등을 거친 만큼 호남 지역 당선인들의 지지 여부도 관심사다. 총선에선 27명이 당선됐다. 박원순계로 꼽히는 김원이(전남 목포) 윤준병(전북 정읍·고창) 당선인 등 일부를 제외한 당선인들이 지지할지 지켜봐야 한다. 호남의 한 당선인은 “이 위원장을 좋게 생각하는 것은 맞지만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당권 장악에 성공하면 대선 경쟁 구도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대선에 나가는 당대표는 선거일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으로 2년 임기를 다 채울 수 없다는 점은 위험요소다. 이 위원장 측은 “(당권 도전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