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에 ‘집콕’ 생활 길어지자 내적 갈등 폭발 ‘코로나 이혼’ 예방하려면…

입력 2020-04-23 00:11

30대 후반 워킹맘 윤모씨는 지난 2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남편과 함께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6세 아들이 있지만,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다. 부부는 철저하게 외출을 자제하며 방역에 신경을 썼다. 2주에 한 번 장을 보는 게 외출의 전부였다. 평소 바빠서 제대로 대화조차 하기 힘들었던 윤씨 부부는 ‘집콕’ 생활이 길어지자 자주 부딪쳤다. 윤씨는 “근무와 양육, 집안일, 식사 준비 등을 하다 보면 24시간도 모자란다. 많은 일을 하고 나면 지치고 예민해져 서로 짜증만 내는 것 같다”면서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직장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와 이혼의 합성어인 ‘코로나 이혼’(Covidivorce)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부 활동이 제한된 데 따른 부작용이다.

부부간에 내재한 갈등이 증폭돼 이혼을 고려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 가정사역자들은 코로나19 방역뿐 아니라 가족 심리 방역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향숙 하이패밀리 대표는 “부부관계 문제는 자녀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집콕 적응도 쉽지 않은데 최근 온라인 수업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해 자녀와 갈등마저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병인 고병인가족상담연구소장은 “직장 교회 등 공동체에서 대인관계가 좋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결국 집에서 자기 모습을 다 드러낸다”면서 “평소 부부관계가 건강했던 사람들은 이 기회에 가족 간의 돈독함을 이룰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더 안 좋은 상황이 된다. 가정이라는 최후의 도피처마저 잃게 된다”고 했다.

하이패밀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도심 대신 자연,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 좁은 공간이 아닌 넓은 공간, 대그룹 대신 소그룹과 개별 가족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하이패밀리는 경기도 양평 본부 내에 무공해 청정 장소인 ‘파우제’를 별도 마련했다. 빛 바람 소리 꽃 허브향 나무로 둘러싸인 숲속 치유공간이다.

고 소장은 3세대가 매주 모이는 교회의 가정 치유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가정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가정을 살리는 방안으로 ‘기도하기’ ‘성경 읽기’ 등 신앙생활만 강조해선 안 된다”며 “고백의 공동체로 알려진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는 이런 역할을 잘하고 있다. 전문가와 협력하면 갈등으로 곪은 가정을 살리는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