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폐쇄적인 북한 체제에서도 최고급 비밀 정보에 속한다. 따라서 북한 관영 매체가 신변이상 사실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정보가 새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이 건강 악화 등 사유로 통치를 할 수 없을 경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고지도자 권한대행으로 나설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자세히 알 만한 사람은 손가락에 꼽힌다. 그 가운데 외부에 알려진 인물은 부인 리설주 여사와 여동생 김 제1부부장, 현송월 당 부부장 등 여성 3인방에 더해 조용원 당 부부장과 김씨 일가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까지 다섯 사람 정도다. 아울러 김 위원장 전속 의료진과 ‘방탄 경호단’으로 알려진 근접 경호원 중 극히 일부가 알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핵심 그룹의 체제 충성도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 수술 정보가 수일 내 유출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2일 “국내 매체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북한 주민에게서 듣고 보도했다면 북한은 지금 대혼란 상태라는 얘기가 된다.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세계 각국 정보 당국은 북한의 공식 발표를 보고서야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에 따르면 김일성이 1994년 7월 사망했을 때 북한 내에서조차 이 사실을 안 사람은 극소수였다. 2011년 12월 북한 매체가 김정일 사망 이틀 만에 부고 보도를 냈을 때도 당시 박의춘 외무상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 간부들은 정상 근무 중이었다. 당일 낮 12시 TV에서 검은 상복을 입은 리춘희 아나운서를 보고서야 김정일 사망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다만 김 위원장은 2018~19년 사이 다양한 외교 일정을 수행하면서 건강 상태를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증거물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현재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을 경우 앞으로 10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4년 40일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이후 발목 수술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김 위원장 유고 시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최고지도자 권한을 대행토록 준비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22일 보도했다.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사망 등 사유로 통치할 수 없을 경우 권한을 김 제1부부장에게 집중토록 한다는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북한 수뇌부에서 김 위원장을 대신할 만한 인물은 김 제1부부장이 유일하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김 위원장의 형 김정철은 성격이 유약하다는 이유로 후계 경쟁에서 배제된 뒤 통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조카 김한솔은 아버지 김정남 피살 이후 반북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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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손재호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