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변 미스터리’… 북 공식 발표 전까진 정보 확인 어렵다

입력 2020-04-23 04: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위중설과 관련해 “그가 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왼쪽 사진). 윤상현(가운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북한 동향 등 안보 현안에 관한 외통위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폐쇄적인 북한 체제에서도 최고급 비밀 정보에 속한다. 따라서 북한 관영 매체가 신변이상 사실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정보가 새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이 건강 악화 등 사유로 통치를 할 수 없을 경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고지도자 권한대행으로 나설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자세히 알 만한 사람은 손가락에 꼽힌다. 그 가운데 외부에 알려진 인물은 부인 리설주 여사와 여동생 김 제1부부장, 현송월 당 부부장 등 여성 3인방에 더해 조용원 당 부부장과 김씨 일가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까지 다섯 사람 정도다. 아울러 김 위원장 전속 의료진과 ‘방탄 경호단’으로 알려진 근접 경호원 중 극히 일부가 알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핵심 그룹의 체제 충성도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 수술 정보가 수일 내 유출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2일 “국내 매체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북한 주민에게서 듣고 보도했다면 북한은 지금 대혼란 상태라는 얘기가 된다.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세계 각국 정보 당국은 북한의 공식 발표를 보고서야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에 따르면 김일성이 1994년 7월 사망했을 때 북한 내에서조차 이 사실을 안 사람은 극소수였다. 2011년 12월 북한 매체가 김정일 사망 이틀 만에 부고 보도를 냈을 때도 당시 박의춘 외무상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 간부들은 정상 근무 중이었다. 당일 낮 12시 TV에서 검은 상복을 입은 리춘희 아나운서를 보고서야 김정일 사망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다만 김 위원장은 2018~19년 사이 다양한 외교 일정을 수행하면서 건강 상태를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증거물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현재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을 경우 앞으로 10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4년 40일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이후 발목 수술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김 위원장 유고 시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최고지도자 권한을 대행토록 준비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22일 보도했다.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사망 등 사유로 통치할 수 없을 경우 권한을 김 제1부부장에게 집중토록 한다는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북한 수뇌부에서 김 위원장을 대신할 만한 인물은 김 제1부부장이 유일하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김 위원장의 형 김정철은 성격이 유약하다는 이유로 후계 경쟁에서 배제된 뒤 통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조카 김한솔은 아버지 김정남 피살 이후 반북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낸 바 있다.



조성은 손재호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