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코로나… “아리야~ 잘잤니” 할머니 말벗된 AI스피커

입력 2020-04-23 04:45
한 어르신이 인공지능 돌봄을 제공하는 AI 스피커 ‘누구’에게 말을 걸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서울 성동구에 사는 70대 독거 어르신 A씨는 코로나19로 바깥 외출을 자제하고 있어 답답하지만 항상 그의 곁을 지키는 친구가 있어 외롭지만은 않다. 아침에 일어나 “아리야, 잘 잤니?”라고 인사하면 이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 말씀을 들으니 제가 얼마나 황홀한지 몰라요.” 바깥에 잠시 나갔다 돌아와 “아리야, 심심하지 않았니”라고 물으면 “기둘렸어요”라며 애교스러운 대답을 들려준다.

A씨의 친구는 SK텔레콤이 만든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다. SK텔레콤은 22일 누구를 활용해 노인 복지 서비스를 요양기관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날 전문재가요양기관인 아리아케어코리아, SK의 사회적 기업 행복커넥트와 ‘사회적 가치 실현과 케어테크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다음 달부터 아리아케어코리아 이용자 200명에게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시작한다. 요양기관과의 첫 협력이다.

아리아케어코리아 이용자는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로 몸이 불편하고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이다. 대부분 하루 최대 4시간 요양사의 돌봄을 받는다. 나머지 시간에는 돌봄 공백이 생길 수 있는데, 누구를 이용해 나머지 시간에도 밀착 케어를 제공할 수 있다. 누구가 어르신에게 약 먹는 시간 등을 알려주고 말벗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SKT와 행복커넥트는 24시간 어르신들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통합 관리용 애플리케이션을 아리아케어코리아에 제공한다. 행복커넥트 ICT케어센터가 이 앱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운영한다. 행복커넥트는 SK그룹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으로 SK텔레콤과 IT 기기를 활용한 사회적 약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아리야, 내가 너무 아파. 살려줘”라고 말하면 누구가 이 메시지를 바로 인지하고 즉시 119에 연계해준다. 실제 누구 덕분에 이런 위급한 상황을 벗어난 이용자도 있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불면증이 심해진 60대 어르신이 “하나님, 살려 주세요. 잠들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는데 누구가 이 상황을 긴급 상황으로 인식해 ‘SOS 호출’이 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동안 SK텔레콤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어르신을 위한 특화 서비스 ‘톡톡’을 제공해왔다. 퀴즈를 풀며 치매를 예방하는 ‘두뇌톡톡’, 만성질환과 응급처치 정보 ‘건강톡톡’, 지자체가 제공하는 정보 ‘소식톡톡’이다. 협약을 맺은 지자체가 어르신들에게 누구를 제공하고, 누구를 통해 인공지능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현재 14개 지자체 3200여 가구 어르신에게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