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위중설과 관련해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자신들의 체제나 최고지도자를 모독하는 발언이나 보도에 즉각 반응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미국은 “김 위원장 위중설에 관해 아는 바 없다”면서도 사흘 연속 정찰기를 띄우며 북한을 감시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22일 김 위원장 위중설과 관련된 보도를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는 내용의 답전을 보냈다는 보도가 전부였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4월 15일)을 맞아 북한에 축전을 보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 위원장에게서 ‘좋은 서한’을 받았다는 언급을 하자 즉각 외무성이 반박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현 상황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고지도자의 신병이상설이 나올 경우 주변국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김 위원장이 지방에서 측근과 함께 정상활동 중이라고 밝히면서 정보 수집 능력을 노출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정권 핵심 인사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최고위층은 물론 당 간부들까지 관찰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도자가 자리를 비울 때 권력층이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지,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공군 정찰기 RC-135W는 이날 서울과 경기도 남부 상공 등을 비행했다. RC-135W는 통신감청 정찰기로, 지난 20일에도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 21일에는 공군 정찰기 E-8C, 해군 해상초계기 P-3C가 잇따라 출격했다.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 보도를 전후해 사흘 연속 미국의 정찰기와 초계기가 한반도 작전에 투입된 것이다. 북한의 특이동향 파악을 위한 감시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정부는 김 위원장 위중설에 관해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위중설에 대해 “우리는 모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도 (CNN 보도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그(김 위원장)가 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김 위원장 상태를 알지 못하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