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침묵하는데 미국은 사흘째 정찰기 띄워 감시

입력 2020-04-23 04:40 수정 2020-04-23 17:38
에어크래프트 스폿 트위터 캡처.

북한 당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위중설과 관련해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자신들의 체제나 최고지도자를 모독하는 발언이나 보도에 즉각 반응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미국은 “김 위원장 위중설에 관해 아는 바 없다”면서도 사흘 연속 정찰기를 띄우며 북한을 감시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22일 김 위원장 위중설과 관련된 보도를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는 내용의 답전을 보냈다는 보도가 전부였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4월 15일)을 맞아 북한에 축전을 보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 위원장에게서 ‘좋은 서한’을 받았다는 언급을 하자 즉각 외무성이 반박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현 상황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고지도자의 신병이상설이 나올 경우 주변국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김 위원장이 지방에서 측근과 함께 정상활동 중이라고 밝히면서 정보 수집 능력을 노출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정권 핵심 인사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최고위층은 물론 당 간부들까지 관찰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도자가 자리를 비울 때 권력층이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지,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공군 정찰기 RC-135W는 이날 서울과 경기도 남부 상공 등을 비행했다. RC-135W는 통신감청 정찰기로, 지난 20일에도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 21일에는 공군 정찰기 E-8C, 해군 해상초계기 P-3C가 잇따라 출격했다.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 보도를 전후해 사흘 연속 미국의 정찰기와 초계기가 한반도 작전에 투입된 것이다. 북한의 특이동향 파악을 위한 감시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정부는 김 위원장 위중설에 관해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위중설에 대해 “우리는 모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도 (CNN 보도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그(김 위원장)가 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김 위원장 상태를 알지 못하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