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당, 주류교체와 세대교체로 근본 체질 바꿔야

입력 2020-04-23 04:02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 수습을 위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총선 때 선대위원장으로 지역구 84석을 얻는 데 그친 패장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것이다. 보수쪽에 얼마나 인물이 없고, 또 그동안 얼마나 사람을 안 키웠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아울러 유권자들에게 사실상 버림받았기에 당을 아예 허물고 재창당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비대위 체제가 다시 들어서게 된 것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당내에서 벌써부터 공천권도 없는 비대위가 뭘 할 수 있겠느냐는 반발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의 조기 수습을 위해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다면, 그에게 전권을 주고 당 해체에 버금갈 정도의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야 한다. 당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려면 우선 사람부터 대폭 교체해야 한다. 사람이 바뀌어야 국민들과의 소통방식이나 구태의연한 당 운영, 싸움만 하는 원내 전략도 바뀔 수 있다. 그러려면 지도부 몇 사람만 교체할 게 아니라 핵심 당직은 물론, 당의 전체 조직에 주류교체와 세대교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특히 그 과정에서 지역적 색채나 우파 이념에 경도되지 않은 초선 의원들을 중용해 새로운 주류로 키워낼 필요도 있다.

외부의 합리적 보수나 중도 성향 인사들도 적극 영입해야 한다. 총선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표심은 중도보다는 극우에 더 다가가 있던 통합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강하게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꼴통 보수의 행태를 과감히 버리라는 게 지금의 민심이다.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당의 이념적 노선 자체를 보다 중도쪽으로 이동시켜보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또 대선주자들을 외부에서 적극 영입해 당내 주자들과 경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통합당이 유권자들한테 재신임받기 위해선 결국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대선주자를 세우는 일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이 쉽지 않고 당내 반발도 크겠지만, 무너진 보수를 제대로 일으켜 세워야 국정도 균형 잡힐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