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트라우마’ 겪는 선교사 긴급 치유 나선다

입력 2020-04-23 00:01
한국위기관리재단은 코로나19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선교사들의 심리 치료를 지원한다. 사진은 대구시 통합심리지원단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의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럽에서 사역하는 A선교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를 힘들게 한 건 코로나19 감염 자체가 아니었다. 자신과 접촉한 가족이나 지인들이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과 죄책감이었다. 남미 국가에 파송된 B선교사는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뒤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신 때문에 머나먼 타국에 함께 왔다가 변을 당한 게 아닌가 자책한다. 두 선교사 모두 치유와 회복을 위해 곧 귀국할 예정이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교사들을 위해 심리상담 지원에 나섰다. 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일시 철수했거나 귀국한 선교사들을 위한 ‘케어 서비스’를 진행한다”면서 “특히 20명에 한해선 위기-디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디프리핑이란 사전적으로는 작전이나 임무가 끝난 뒤 결과와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다. 최근 선교계에선 선교지에서 심리적 충격을 받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선교사들을 위한 ‘응급처치’ 개념으로 이 용어를 사용한다. 트라우마는 과거 경험했던 위기나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이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수십 년이 지나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릴 수 있다.

김 사무총장은 “기억을 정리하지 않으면 공중을 떠다니면서 계속 힘들게 한다”면서 “위기-디브리핑을 통해 기억을 정리해 저장하면 나중에 이 기억을 꺼내더라도 괴롭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담은 2시간 정도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다. 훈련된 상담자가 자신을 소개하며 상대에게 신뢰를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해 단계별로 대화를 진행한다. 사고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말한 뒤 사고 당시 자신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적극적이며 구체적으로 구술하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분노 슬픔 등 감정을 표출하며 자신의 상처를 인지하고 받아들이게 한다. 이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게 하며 음악 감상, 산책, 운동, 이웃과의 소통 등 방법론도 제시한다.

심리적 응급처치인 만큼 치료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디브리핑을 한 다음엔 병원 등 전문기관을 찾아 후속 치료도 받아야 한다.

위기관리재단은 선교지에 있는 선교사들을 위해 비대면 의료상담과 심리상담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귀국한 뒤 14일간 자가격리를 끝낸 선교사 가정에는 경기도 가평 숙박시설을 최장 4주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