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안 나가도… ‘웹 세상’ 펼치는 연예인들

입력 2020-04-23 04:08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스타들은 독자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방탄소년단의 ‘달려라 방탄’, 박미선의 ‘미선 임파서블’, 김구라와 아들 MC그리가 진행하는 ‘그리구라’, 유병재의 ‘유병재’. 각 방송화면 캡처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예능 프로그램에 거의 출연한 적이 없는데도 ‘개그돌’ 이미지를 갖고 있다. 무대 밖 모습을 팬들은 어떻게 알고 있을까. 자체 제작 리얼 버라이어티 웹 예능 ‘달려라 방탄(RUN BTS)’ 덕분이다. 이 콘텐츠는 방탄소년단이 세계 정상에 우뚝 서기까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연예인들은 TV 방송 출연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접근성이 높은 온라인 공간은 스타와 팬이 만나는 데 최적화된 곳이다. 스타들은 팬들을 위한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그 중심에 방탄소년단이 있다. 지난주에 이어 21일에도 ‘달려라 방탄’ 100회 특집이 네이버 V앱에서 중계됐다. 2015년 시작한 이 콘텐츠는 매주 화요일에 올라온다. 방탄소년단은 빠듯한 스케줄 탓에 TV에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못했지만, ‘달려라 방탄’을 통해 무대 밖 자연스러운 모습을 공유하면서 팬덤을 확장했다.

지금의 방송가는 ‘신비주의’를 지향하지 않는다. 팬덤을 기반으로 마케팅이 이뤄지면서 자체 콘텐츠가 필요해졌다. 정해진 방송 촬영 시간에 맞춰 스케줄을 쪼개지 않아도 되고, 직접 연출하니 대본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을 수 있다.

특히 팬덤의 영향력이 큰 아이돌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방송 출연을 위한 캐스팅 절차 및 스케줄 조율 시간을 줄이고, 여러 시청자 입맛을 맞추는 대신 팬덤을 타깃으로 잡았다. 그룹 ‘골든차일드’는 지난 17일부터 웹트콤 ‘우당탕탕 하찮은 동창회’를 네이버 V앱에 공개했고, 그룹 ‘워너원’ 출신 가수 겸 배우 박지훈도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V앱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훈이의 라면미식회’ 영상을 업로드했다.

독자 콘텐츠는 아이돌에 국한된 시장은 아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유튜브에 ‘백종원의 요리비책’을 개설했다. 1년도 안 돼 구독자 380만명을 돌파했다. 신비주의 상징 같았던 배우 한예슬도 지난해 9월부터 ‘한예슬 이즈(is)’를 선보이고 있다.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MCN(Multi Channel Network) 회사와 손잡는 연예인들도 많다. MCN은 온라인 스타를 발굴 및 교육·관리하는 기획사로, 제작 역량과 채널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다. 가령 ‘샌드박스네트워크’는 방송인 김구라 부자(父子)와 협업한다. 부모와 자녀의 세대 차이를 콘셉트로 ‘그리구라’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방송인 유병재는 지난해 6월 샌드박스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고, 이 회사에 소속된 개그맨 추대엽도 ‘카피추’로 전성기를 맞았다.

‘다이아 티비’는 방송인 박미선과 만났다. 올해 초 유튜브에 ‘미선 임파서블’을 개설하고 신(新) 문화에 어려움을 겪는 중년 여성의 모습을 담으면서 B급 감성을 잡았다. 가수 전효성의 ‘블링달링 전효성’, 코미디언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 에이핑크 윤보미의 ‘뽐뽐뽐’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