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극 배우·스태프 생활고 심각”

입력 2020-04-23 04:09

“성인극은 방역을 하며 공연을 올리고 있지만, 아동·청소년극은 아예 할 수가 없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든 분야가 어렵지만 공연계, 특히 아동·청소년 공연단체(개인 포함)만큼 타격이 큰 분야도 없다. 개인 관객 중심의 티켓 판매로 수익을 내는 성인극과 달리 아동·청소년극은 지역 문예회관이나 도서관 등에 초청돼 받는 회당 개런티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지역 문화예술기관들이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으면서 이들 단체가 직격탄을 받은 것이다. 또 민간 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의 경우 단체 관람을 예약했던 학교나 유치원이 감염 우려로 모두 취소됐다.

최근 서울 대학로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 사무실에서 만난 방지영(52·사진) 한국본부 이사장은 “아동·청소년극 분야는 예술 활동으로만 생계를 잇는 배우와 스태프가 80~90%로 추정될 만큼 많다. 이들의 생활고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아시테지 한국본부는 세계적인 아동청소년공연기구인 ‘아시테지 세계본부’의 15개 이사국 본부 중 하나다. 79개 회원국과 네트워크를 맺고 세계 유수의 공연들을 여름축제와 겨울축제를 통해 국내에 선보이는 한편, 국내 아동·청소년 단체 발전에 힘쓰고 있다. 아시테지 한국본부가 한국인형극협회, 유니마 코리아와 조사한 239개 아동·청소년 공연단체(개인 포함)의 1~4월 피해액은 23억1941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의 공연계 지원은 성인 대상의 공연단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현실이다. 방 이사장은 “아동·청소년 공연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성인극과 별도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아시테지는 매년 7~8월 국내 최대 규모로 펼쳐지던 여름축제의 경우 코로나19로 해외 작품 초청이 어려워진 만큼 국내 작품 중심으로 진행하려 방법을 모색 중이다. 또 최근 공연계의 화두인 온라인 스트리밍을 하되 ‘유료화’를 시범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온라인 영상화 작업이 아동·청소년 공연단체를 위한 시장이 될지 타진하기 위해서다.

방 이사장은 “아동극은 창작과정도 놀이 같다. 창작과정을 담은 클립 영상을 만들어 IPTV와 어플리케이션으로 유통하는 한편, 축제 공연을 유료로 스트리밍해 실제 공연과 시너지를 내는 계획을 구상 중”이라며 “이번 시기를 창작자에게 실제적 도움이 될 여건을 마련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