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첫 발을 디딘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이 젠지와 T1의 결승전 대결만을 남겨 놨다. 새로운 슈퍼팀의 탄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리그 진행 일시 중단 등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슈를 남긴 시즌이었다.
대회는 지난 16일 정규 시즌을 마치고 이틀 뒤인 18일부터 포스트 시즌에 돌입했다. 정규 시즌을 1위로 마무리한 팀은 젠지다. 지난겨울 스토브리그에 ‘클리드’ 김태민, ‘비디디’ 곽보성이란 거물급 자유계약선수(FA)를 동시에 낚아챈 젠지는 14승4패(세트득실 +18)를 기록해 25일 열리는 결승전 무대로 직행했다. 이제 마지막 한 경기만을 앞둔 젠지 최우범 감독은 “승패를 떠나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전통의 명문 프로게임단 T1과 신흥강호 DRX도 나란히 14승4패(세트득실 +16)를 기록해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양 팀 간 두 번의 맞대결에서 T1이 모두 이겨 승자승 원칙에 따라 T1이 더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포스트시즌 2라운드 대결에서도 T1이 다시금 승리를 가져가며 서열 정리를 했다.
4위 담원 게이밍과 5위 KT 롤스터는 풍파가 많은 시즌을 보냈다. 특히 지난해 하위권을 맴돌았던 KT는 스토브리그에 선수단과 코치진을 전부 새 얼굴로 바꾸면서 ‘뉴 KT 롤스터’로의 재탄생을 천명했지만, 개막 5연패를 당하면서 한때 최하위까지 떨어지는 등 순탄치 않은 봄을 보냈다. 그러나 이후 파죽지세로 8연승을 달려 순식간에 순위를 끌어올리는 기염도 토했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1라운드와 2라운드 성적의 낙폭이 가장 큰 팀이었다. 1라운드를 6승3패로 마쳤지만, 휴식기 이후 재개된 2라운드에선 1승(8패)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이들은 올해 1월 초 한국e스포츠협회(KeSPA) 주관으로 열린 ‘2019 LoL KeSPA컵’을 우승해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기세를 이어나가지 못하면서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한화생명e스포츠 역시 선수단 로스터를 확 갈아엎고, 코치진까지 전면 개편했음에도 불구하고 8위라는 불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이들은 게임 승패를 좌우하는 ‘원거리 딜러’ 포지션의 주전 자리를 놓고 3명의 선수를 경쟁시켰으나, 그중 누구도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반면 올 시즌 처음으로 LCK 무대를 밟은 승격팀 APK 프린스는 7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이들은 언더도그답게 공격적인 자세, 기발한 전략으로 경기에 임해 기존의 강팀들을 당황하게 했다. 베테랑 프로게이머 ‘익수’ 전익수, ‘플로리스’ 성연준과 데뷔 4년 차 만에 전성기를 맞은 ‘하이브리드’ 이우진의 신구조화도 눈에 띄었다.
샌드박스 게이밍과 그리핀은 지난해의 선전을 이어나가는 데 실패했다. 샌드박스는 ‘레오’ 한겨레, ‘고릴라’ 강범현 등 기대주와 베테랑 선수를 동시에 영입해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9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김대호 전 감독 해임 이후 온갖 잡음에 시달렸던 그리핀은 ‘쵸비’ 정지훈, ‘리헨즈’ 손시우의 이탈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최하위인 10위를 기록했다.
한편 올 시즌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1라운드는 무관중 경기로, 2라운드와 포스트 시즌은 각 팀이 숙소에서 온라인으로 게임에 접속해 맞붙는 온라인 경기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즌 중간에는 약 20일 가까이 대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온라인 경기는 e스포츠만이 가진 특장점을 살린 진행 방식으로 평가된다. 다른 기성 스포츠 종목들이 대회 개막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조기에 종료하고 있는 상황에서 LCK는 비대면으로도 팀들이 대결할 수 있는 특징을 살려 시즌을 완주했다.
주최사 라이엇 게임즈는 25일 열리는 대회 결승전만 서울 종로구 소재 e스포츠 경기장 LCK 아레나에서 관중 없이 진행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기자실을 열지 않는 등 투입 인원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