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지역구 당선인 84명 중 40명에 달하는 초선들이 등원 전부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지도부나 중진 의원 대신 새로운 얼굴이 전면에 나서서 당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것이다.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도 당의 재건 방법을 전수조사해 다수결의 뜻에 따르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 새로 당선된 초선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갑의 김웅 당선인은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돌격을 하려면 앞에 나가는 사람은 총알받이가 될 텐데, 저에게 그런 역할을 하라고 하면 하겠다”며 “창고 안에서 갇혀 죽으나 과감히 달려나가다 죽으나 마찬가지인데 기왕이면 달려나가다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다. 부산 중·영도의 황보승희 당선인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에 청년이 뒷받침한다면 세대통합 시너지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제가 힘을 보탤 부분이 있으면 함께하겠다”고 했다.
초선 당선인은 대부분 현 체제보다 비대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총선에서 ‘야당 심판’ 판정을 받은 만큼 외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 해운대을의 김미애 당선인은 “집도 토대가 제대로 마련되고 지어야지 당이 이렇게 어수선한데 전당대회가 잘 치러질까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며 “우선은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황보 당선인도 “제일 중요한 건 우리끼리만의 시각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이다. 내부 시선에서 탈피해 외부 목소리를 더 담아야 한다”며 “비대위 체제로 가면서 외부 목소리를 듣고 내부를 추스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불신도 상당했다. 하루빨리 당선인 총회를 열어 총의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웅 당선인은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분들은 무너지는 집에서 서까래 빼가고, 지붕 빼가려는 사람이라고 본다”고 했고, 김미애 당선인은 “당이 갈가리 찢겨 있는데 어정쩡하고 급하게 비대위원장을 세워놓기보다 조금 더디더라도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당선인도 “통합이 물리적인 통합만 되고 화학적 통합은 전혀 안 됐다. 아직도 당내에 남아 있는 태극기 부대 옹호 세력이 목소리를 너무 크게 내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이날 현역 의원과 당선인을 합친 142명에게 당의 앞날을 묻는 전수조사를 진행했고, 22일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핵심 쟁점은 비대위 전환이냐, 조기 전당대회냐다.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3선의 김도읍 의원은 “전당대회를 조기에 치르는 것이 맞다”고 했고, 4선의 권영세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는 정신없는 이야기다. 비대위로 가되 누가 위원장을 맡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무성 의원 등 비박근혜계 의원들은 22일 만찬을 하고 당 수습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심희정 김용현 김이현 기자 simcity@kmib.co.kr